
“소염진통제를 항응고제와 같이 복용하면 위장관 출혈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고, 이뇨제와 혈압약을 함께 먹으면 급성 신장 손상 위험이 커진다.”
신간 ‘부모의 노쇠와 나의 노화’(정영일 등 지음, 지식의날개 펴냄)는 이런 ‘다약제’의 함정을 짚으면서, 부모 건강을 챙기는 일이 곧 자신의 노후를 설계하는 작업임을 일깨우는 중장년 대상 건강 안내서다.
‘부모의 노쇠와 나의 노화’는 부모의 노쇠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40~50대 중장년 자녀를 주 독자로 상정한 책이다. 부모의 느려진 걸음과 약해진 근력, 잦아진 깜빡임을 통해 “나도 결국 그렇게 늙어갈 수밖에 없다”는 생애 전환기의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책은 총 5부로, 신체·정신 기능 변화에서 장기요양·웰다잉까지 노년기 삶의 질을 좌우하는 ‘건강의 전 과정’을 폭넓게 다룬다.
1·2부는 노화에 따른 근력·인지 변화와 고혈압·당뇨·지질 이상, 낙상·치매 초기 징후 등 ‘몸의 신호’를 과학적으로 짚고, 3·4부는 다약제와 영양제 사용, 우울·외로움 및 사회적 고립과 같은 정신·정서 건강을 묶어 설명하며, 마지막 5부는 응급 대처, 건강검진·예방접종, 장기요양·복지제도·웰다잉과 헬스리터러시까지 정리한다.
저자들은 부모의 몸을 이해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과정이 사실상 ‘나의 노화 시나리오’를 미리 연습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노년기 기능 저하와 치매 발병 시점은 40~50대 체중·혈당·혈압·운동습관 관리에 의해 상당 부분 결정된다는 연구를 소개하며, 부모의 질환을 ‘가족력’과 자신의 생활습관으로 연결해 읽도록 유도한다.
책은 오래된 ‘상식’들을 단순 구호가 아닌 ‘근육 과학’으로 풀어낸다. 가령 “노인은 단백질을 많이 먹어야 한다”는 조언에 대해 “노화된 근육은 단백질 합성은 줄고 분해는 늘어나는 방향으로 균형이 깨지며, 같은 단백질을 먹어도 근육 합성이 잘 일어나지 않는 ‘동화 저항성’이 나타나기 때문”이라며 “충분한 단백질 섭취에 더해 주 2~3회 하체 중심 저항운동으로 근육을 반복 자극해야 근감소증과 노쇠를 늦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약물 파트에서는 “약이 많을수록 안전하다”는 통념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체수분은 줄고 체지방은 늘어난 노인의 신체 특성상, 지용성 약물은 몸 안에 오래 머물고 수용성 약물은 농도가 쉽게 치솟으며, 신장 기능 저하로 약이 잘 배설되지 않아 같은 용량에도 부작용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응급 파트에서는 “언제 병원에 가야 하는지 몰라 집에서 버티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현실을 겨냥해 질환별 위기 신호를 구체적으로 정리한다. 뇌졸중의 경우 “말이 어눌해지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경험해보지 못한 극심한 두통이 갑자기 시작되면 즉시 119를 불러야” 하며, 심근경색은 “가슴 중앙 통증이 10분 이상 이어지거나 통증이 팔·턱으로 번질 때 응급상황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치매 장에서는 40대부터 혈압·콜레스테롤·혈당을 관리하고, 신체 활동과 독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해 ‘인지 예비력’을 키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치매 위험이 크게 갈라진다는 점을 강조하며, “부모를 돌보는 현재의 선택이 20~30년 뒤 나의 뇌 상태를 바꿀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각 장 말미에 배치된 ‘더 지식’ ‘일상에서’ ‘체크리스트’ 코너다.
핵심 개념을 심화 설명하는 ‘더 지식’, 당장 실천 가능한 생활 요령을 정리한 ‘일상에서’, 부모와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는 ‘체크리스트’를 통해 독자가 부모의 증상과 자신의 생활습관을 동시에 점검하도록 돕는 구성이다.
‘부모의 노쇠와 나의 노화’는 한국방송통신대가 운영하는 평생교육 강좌 ‘노인 건강 셀프케어’(KNOU PASS)의 기반 교재이기도 하다. 책자는 부록에서 “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방송대에서 제공하는 ‘노인 건강 셀프케어’ 강좌를 수강하면 실천적 지식을 더욱 체계적으로 심화 학습할 수 있다”며 책과 방송 강좌를 연계한 학습을 권한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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