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다 보면 한 번쯤은 ‘빙글’ 도는 듯한 어지럼증을 경험하게 된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흔한 경우는 귀에서 비롯된다. 귓속 전정기관과 반고리관은 몸의 평형을 담당하는 중요한 기관인데,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어지럼증으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이석증, 메니에르병, 전정신경염이 꼽힌다.
대표적인 예가 이석증이다. 이석증은 귓속의 이석(작은 칼슘 결정)이 제자리를 벗어나 반고리관으로 들어가면서 신경을 자극해 발생한다. 머리나 몸을 움직일 때 짧고 강한 회전성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대체로 증상은 수초에서 수십 초 이내에 사라지며, 청력 손실이나 이명 같은 청각 증상은 동반되지 않는다.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비타민 D 부족이나 골다공증, 혈액순환 저하 등이 연관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중년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점도 이러한 추정에 신빙성을 더한다. 치료는 이석을 원래 위치로 되돌리는 이석 치환술이 표준이며, 환자의 약 90% 이상이 호전을 보인다.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또 다른 질병은 메니에르병이다. 메니에르병은 달팽이관과 세반고리관 속 내림프액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면서 발생한다. 어지럼증이 수십 분에서 길게는 3~4시간까지 지속되며, 난청과 이명, 귀 먹먹함 같은 청각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석증과 구분된다. 자가면역질환, 알레르기, 바이러스 감염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며, 무더운 여름철에 유병률이 높다는 보고도 있다. 완치가 어려운 만성 질환이기 때문에, 이뇨제를 통한 내림프액 조절과 생활습관 관리가 핵심이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변재용 교수는 “메니에르병은 특히 재발이 많아 꾸준한 관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전정신경염 또한 어지럼증의 원인 중 하나이다. 전정신경에 염증이 생겨 발생하며, 갑작스럽고 심한 어지럼증과 함께 구역, 구토가 동반되고, 증상이 며칠간 지속될 수 있다. 보통 한쪽 신경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몸의 균형이 무너진다. 30~50대에서 흔히 나타나며, 바이러스 감염과의 관련성이 크다.
치료는 원인 제거보다는 증상에 따라 대응하는 대증요법이 중심이다. 전정 억제제나 진토제를 투여하여 증상을 완화하고, 이후 전정 재활 치료를 통해 균형 기능을 회복한다.
이 세 질환 모두 재발 위험이 있으므로 생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이석증은 햇빛을 통한 비타민 D 합성이 재발 억제에 도움이 되므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야외활동을 권장한다. 메니에르병은 ‘CATS(카페인·알코올·담배·소금·스트레스)’를 멀리하는 것이 기본이다. 전정신경염 역시 면역력을 유지하는 생활습관과 충분한 휴식, 스트레스 관리가 예방에 중요하다. 변 교수는 “어지럼증은 원인이 매우 다양하므로, 스스로 판단하기보다는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