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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김대중
일러스트 김대중

`청소년 섹슈얼리티’가 지워졌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오랫동안 쉬쉬하던 단어였지만, 학교 성교육 지침에서 공식적으로 이 단어가 사라지도록 ‘권고’됐다. 청소년의 성건강과 성생활, 생식보건은 성교육에서조차 꺼내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일이 돼간다.

문제는 성교육에서 청소년 섹슈얼리티가 지워질수록 청소년의 성건강과 성인식은 악화한다는 사실이다. 청소년의 성 반응은 크게 양극화됐다. 의외로 성별과 관계없이 연애나 성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는 청소년도 많아졌다. 향후 성접촉에 소극적인 청년층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청소년기 성활동이 활발해지는 추세도 지속적이다. 2024년 청소년 온라인 건강행태 조사에서 중고등학생 5만4천여 명의 성관계 경험률은 6.4%였고 첫 성관계 연령도 13.6살로 어려졌다.

이런 양극화에도 청소년 성매개질환 등 성생식보건에 대한 관심과 지식은 모두 떨어지는 상황이다. 청소년 성매개질환은 엄연한 현실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15~24살 청소년 성매개감염 유병률은 2023년 전기 청소년은 1만8395명(해당 인구 10만 명당 618명)에서 후기 청소년은 7만1337명(10만 명당 2492명)으로 전기 대비 3.9배나 증가했다. 의료비도 127억원이나 지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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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임균성 요도염(5만1407명), 생식기 헤르페스(8721명), 생식기 사마귀(7381명), 클라미디아(6551명) 순이며 남성은 비임균성 요도염, 여성은 클라미디아와 생식기 헤르페스에 많이 노출됐다. 이조차 병원을 찾은 청소년이란 점에서 병원을 방문하지 않는 질환 사례는 더 많을 것이다. 실제 가출 여성 청소년 쉼터에서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검사를 했더니 대부분에게서 HPV가 발견됐다는 충격적인 소식도 접했다.

청소년들에게 성매개감염병(STI)은 더욱 위험하다. 여성의 경우 사춘기와 초기 청소년기 자궁경부는 성인기에 비해 얇고 보호 기능이 약해 HPV, 클라미디아 및 임질의 감염 위험성이 매우 높다. 남성 청소년 역시 최근 포경수술을 하지 않는 추세에서 포피 내부 환경이 HPV, 헤르페스 등에 더욱 취약하다. 헤르페스와 HPV로 인한 생식기 사마귀가 초기엔 대체로 눈에 띄는 병변이 없는 무증상이기에 재감염 위험에 대한 인식조차 없는 것은 물론이고, 생식기 질환이 방치되다 난임이나 골반염, 만성 통증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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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아버지의 가정 내 성교육 역할도 중요하다. 산부인과처럼 정기 검진이 없는 상황에서 남성 청소년과 비뇨의학과를 함께 방문해 성 발달 정도와 생식건강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제도적으론 학교 등에서 청소년 성매개감염 예방교육을 반드시 강화하고 청소년에 맞춘 성매개감염 의료전달체계도 필요하다. 성교육 정상화와 HPV 예방이 그 시작이다. 다행히 9가 백신을 접종하면 HPV 관련 질환의 90%까지 예방할 수 있다. HPV 감염은 여러 암과 양성 모두에서 난임을 유발하는 중차대한 문제다. 우리 역시 남녀 청소년 모두에게 예방의 폭이 넓은 9가 HPV 백신 접종을 제공해 보호할 필요가 있다. 국민주권국가의 소중한 구성원인 청소년의 성건강 문제는 우리 사회가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의료 ·보건 과제다.

김수연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 책임연구원(대한성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