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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을 발표한 15일 서울 시내 시중은행을 찾은 시민이 상담 받기 위해 번호표를 뽑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을 발표한 15일 서울 시내 시중은행을 찾은 시민이 상담 받기 위해 번호표를 뽑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묶고 대출 규제를 강화한 정부의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례가 없었던 초고강도 규제책’이라고 평가했다. 현행법상 정부가 쓸 수 있는 모든 규제를 망라해 대출·청약·세제는 물론 갭투자·가수요까지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았기 때문이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서울 전역과 경기도까지 확대한 조처는 시기나 규모 면에서 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처로 당분간 주택 매매시장이 얼어붙고 ‘한강벨트’ 등 최근 집값 급등 지역을 중심으로는 가격 조정도 뒤따를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서울·수도권 주택시장 안정 효과가 장기간 지속될지 여부에 대해선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마포·성동·광진구 등 한강벨트는 물론 수도권 아파트값을 주도하는 경기도 과천시, 성남시, 용인시, 수원시 등 경기 남부 벨트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 전반적으로 숨 고르기 장세에 들어갈 듯하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한꺼번에 규제지역으로 묶어 풍선 효과를 차단한 게 주효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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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 강남권과 한강벨트의 포모(FOMO·나만 뒤처질까 두려워하는 심리) 및 ‘패닉 바잉’(공황 구매) 수요는 일부 숨을 고를 전망”이라며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매입 대기자도 규제지역 세금 부담과 대출 문턱이 높아져 좁아진 가수요 유입 문턱을 돌파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지역이 광범위하게 확대되면 거래 위축에 따라 가격 변동은 줄어든다”면서도 “다만 인위적으로 억누르는 효과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거래량은 급감해도 신규 물건의 가격 변동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란은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과 금리 인하 기대감 등 기조적인 불안 요소를 고려하면 단기적 시장 냉각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함영진 랩장은 “4천조원을 넘긴 풍부한 유동자금과 기준금리 인하 기대, 전월세 가격 상승 등 불안 요인이 겹쳐 무주택자 또는 상급지 갈아타기를 노리는 1주택자의 구매 수요와 집값 상승 전망까지 완전히 진화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올해 집값이 많이 오른 주요 지역이 대부분 고가 아파트가 즐비한 강남권 및 한강벨트였고, 이들 지역에서는 대출에 구애받지 않는 주택 매수는 통제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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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확대라는 정공법을 통해 시장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과거 경험에서 보듯 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대출을 제한하고 규제지역을 확대하면서 수요를 억누르는 접근법은 긴 흐름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며 “최근 서울 한강벨트와 경기권 집값 상승은 ‘9·7 공급 대책’에 대한 시장의 실망감도 반영돼 있는 만큼 공급 대책을 더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금부자의 주택 매수는 막을 수 없어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부동산학과)는 “대출 규제나 토허구역은 현금부자의 주택 매수와 이들끼리의 거래로 인한 집값 상승을 막지는 못한다”며 “1주택자에게 혜택을 주는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현재는 규제지역이라도 1주택자가 2년 이상 거주하면 12억원까지는 비과세, 3년 이상 보유하면 최대 80%의 장기보유 특별공제 혜택을 받는데, 과세 문턱을 다시 높여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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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일각에선 이번 대책이 전세 물건 감소와 월세의 가속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갭투자 금지와 실거주 의무로 인해 시장에 전세 물건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최근 전세 물건 공급 부족으로 전세난 우려가 높은데, 이번 대책으로 수도권 이주 물량 자체가 축소되면 전세시장도 함께 잠길 가능성이 있다. 1주택자의 수도권 전세대출에 처음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기로 한 것도 전세시장 축소에 영향을 끼칠 요인으로 꼽힌다.

최종훈 선임기자, 이지혜 기자 cjh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