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등이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8차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도쿠라 마사카즈 일본 경제단체연합회 회장,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 대통령,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런훙빈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 회장.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등이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8차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도쿠라 마사카즈 일본 경제단체연합회 회장,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 대통령,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런훙빈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 회장.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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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정상이 자유무역협정(FTA·에프티에이) 협상을 재개하기로 하는 등 경제협력 강화를 한목소리로 말했다. 4년5개월 만에 한자리에 모인 이들은 공동선언문에도 “공동의 노력을 통해 세계 경제의 번영과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란 문구를 넣었다. 한·중·일 3국이 말잔치를 넘어 실질적 성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3국 통상·외교 관계는 한층 냉랭해진 미-중 갈등이라는 규정력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대화를 이어가기로 한 합의 자체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9차 3국 정상회의’를 마친 뒤 낸 공동선언문에서 “상호 호혜적인 에프티에이 실현을 목표로 하는 3국 에프티에이의 협상 속도를 높이기 위한 논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3국은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공정하고 비차별적이며 투명하고 포용적이며 예측 가능한 무역·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공평한 글로벌 경쟁 기회를 보장하려는 노력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중·일 에프티에이 공식 협상은 2012년 11월부터 16차례 열렸으나 나라별 이해관계가 엇갈려 결론을 내지 못한 뒤 2019년부터는 협상이 끊겼다.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에다 미-중 간 관계 악화도 협상 중단에 영향을 끼쳤다. 3국 정상은 “협상 속도를 높인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중단된 협상의 재개 약속이라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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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재개를 언급한 배경은 3국마다 조금씩 다르다. 내수경기 침체와 미국·유럽연합(EU)의 관세 인상 압박 등을 받고 있는 중국은 3국 에프티에이를 통해 교역길을 뚫을 수 있다. 일본은 에프티에이 협상 과정에서 중국을 상대로 과잉 생산과 보조금 정책 등을 문제 삼으며 자국에 좀 더 유리한 무역 환경을 조성할 기회를 엿볼 수 있다. 한국도 중국이 참여하고 있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알셉)과 일본 주축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시피티피피) 사이에서 3국 에프티에이로 빈틈을 활용할 공간을 확보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번 협상 재개 언급이 얼마나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당장 3국은 협상 재개 시점도 확정하지 못한 채 “협상 속도를 높이기 위한 논의를 지속한다”고만 밝혔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글로벌 무역 압박 탈출구로, 일본은 중국 과잉 생산 등에 대한 시정 요구로 에프티에이 협상에 응한 것 같다. 공동선언은 원론적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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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맥락에서 이날 3국이 공급망과 수출 통제 분야에 대해서도 언급을 내놨지만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다. 이와 관련해 공동선언문에도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며 공급망 교란을 피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한다” “수출 통제 분야에서 소통을 지속할 필요성에 공감한다”란 문구가 담기는 데 그쳤다.

이 밖에 3국은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 아시아 채권시장 발전방안(ABMI) 등을 통한 역내 금융 안전망도 구축하기로 했다. 또 3국 정상들은 “인공지능(AI)이 인류의 일상생활에 초래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신속히 대응해야 할 필요성과 인공지능 관련 상호 소통의 중요성에 주목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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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희 대구대 교수(경제학)는 “여러 여건상 3국이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일단 이를 위한 대화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데 의의를 둘 수 있겠다”고 말했다.

전슬기 이완 기자 sg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