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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화된 건조혈반 카드는 검체(피)가 고루 퍼지고 빨리 굳게 해, 오염 위험을 줄이면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검체를 운반하게 해준다. 터프츠대 제공
정형화된 건조혈반 카드는 검체(피)가 고루 퍼지고 빨리 굳게 해, 오염 위험을 줄이면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검체를 운반하게 해준다. 터프츠대 제공

백혈구 수치는 면역력부터 감염, 다양한 질병 여부를 진단하는 보편적 건강 지표다. 백혈구 수치는 혈액 검사로 확인한다. 병원을 방문하면 의료진이 정맥에 바늘을 꽂고 피를 뽑아 전문 장비에 넣고 검사를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의료시설을 찾기 힘든 외딴 곳에 살거나 거동이 불편한 이들에겐 이 혈액 검사가 여의치 않다. 이런 이들은 병원을 직접 가는 대신 혈액 샘플을 묻힌 종이를 병원에 보내 검사하곤 한다. 채혈침으로 손가락을 찌른 다음 피를 특수 여과지에 떨어뜨리고, 이를 밀봉해 병원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건조혈반(Dried Blood Spot, DBS) 검사다.

건조혈반 검사는 소량의 혈액으로 간편히 검사를 진행할 수 있어 혈액검사를 비롯해 금지약물이나 신생아 희귀병 검사, 임상 연구 및 진단 테스트에 두루 쓰이지만, 변수도 있었다. 피가 완전히 굳기까지 상온에서 서너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고, 채취 과정에서 혈액이 번지면서 검사 정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터프츠대학 연구진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혈액 채취 방법을 고안했다.

핵심은 정형화된 건조혈반(Patterned DBS, pDBS) 카드다. 터프츠대 연구진은 기존 건조혈반 수집 카드에 ‘패턴’을 추가했다. 가운데 동그라미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은 통로를 따라 직경 6㎜인 4개의 동그라미가 분포돼 있는 모습이다. 가운데 원에 검체 즉 핏방울을 떨어뜨리면 밀랍 처리된 통로를 따라 4개의 원에 고루 퍼진다. 셀룰로오스 소재로 된 종이는 피가 오염되거나 흘러내리지 않도록 빠르게 굳게 해준다. 수집이 끝난 카드는 방습제가 포함된 봉투에 넣어 우편으로 검사소에 보내고, 이를 받은 병원은 4개의 원을 타공기로 잘라내 환자에게 필요한 검사를 수행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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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화된 건조혈반 카드를 이용하면 검체인 피를 정량화된 형태로, 오염 위험을 줄이면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전달할 수 있다. 병원 방문이 어려운 이용자도 편리하게 검사를 진행하고, 소량의 혈액으로도 정량화된 검체를 만들 수 있다. 또 피가 굳기까지 기다리는 시간도 줄어들고, 혈액을 이송할 때처럼 특수 보관함이나 운송 수단을 쓰지 않아도 된다. 터프츠대 화학과 찰스 메이스 교수는 2021년 9월 이 종이 분석장치 연구 논문을 발표했고, 이를 이용해 백혈구 수치를 측정하는 방법을 고안해 올해 초 논문으로 다시 공개했다.

정형화된 건조혈반 카드는 남아프리카공화국·가나 등 아프리카 국가와 남미 지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외딴 저소득 지역일수록 건강 지표를 추적할 수 있는 더 저렴하고 쉬운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지금은 백혈구 수치를 측정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혈액 속 바이러스나 기생충 수치 같은 감염성 질환을 확인하는 용도로 확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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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츠프대는 지난해 11월엔 땀에서 젖산염 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종이 패치에 관한 연구도 발표했다. 젖산염 수치는 산소 결핍 정도나 근육 피로도, 체력과 컨디션 수준을 측정하는 지표로 쓰인다. 이 종이 패치엔 생체 반응성 잉크가 인쇄돼 있어, 땀 속 젖산 농도에 따라 색깔이 노란색에서 진한 빨강색으로 바뀐다. 색이 변한 패치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다음 미리 학습된 데이터에 넣고 분석했더니 98.8%의 정확도로 농도를 예측했다. 간단한 종이 패치와 스마트폰 카메라만으로 값비싼 실험 장비 못지않은 정확도를 보였다. 값싸고 쓰기 쉬운 종이 의료기는 의료 시스템에서 밀려난 환자들에게 효율적인 보완재가 될 수 있다.

이희욱 미디어랩팀장 asada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