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뷰티(화장품·패션 분야의 한류)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이 올해 처음으로 연간 수출액 2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처음으로 연간 수출액 1억달러를 돌파한 지 2년 만이다. 이는 올해 ‘1억달러 수출의 탑’ 수상 기업이 지난해와 비교해 40% 가까이 줄어든 어려운 수출 환경 가운데서 얻은 성과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7일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최고 등급인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 들어 10월까지 1억8250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2.8% 증가한 것이다. 11월과 12월의 수출 실적을 더하면, 연간 수출액 2억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아모레퍼시픽은 2001년부터 매년 수출액 증가율이 전년 대비 3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소비자들은 수입 화장품에 비해 국산 화장품의 품질이 떨어진다고 여겼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의 연구·개발과 그 결과물로 나온 혁신적인 제품들이 이런 편견을 깼다.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이라는 한 분야에 사업 역량을 집중했다. 과감한 기술 투자를 통해 종전에 없는 새로운 제품들을 개발해냈다. 소비자들의 인식도 점차 바뀌었고, 지금은 수입 화장품 브랜드가 아모레퍼시픽 제품을 벤치마킹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아모레퍼시픽이 2008년에 출시한 쿠션 화장품이 대표적인 예다.
또 아모레퍼시픽은 일찌감치 중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생산에서 유통까지 현지화를 이뤄냈다. 그 결과 중국과 아세안 지역 등에서 지난해 8325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도 3분기까지 860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매출 3조8440억원, 영업이익 5638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올해는 매출이 4조7000억여원, 영업이익은 7800억여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된다.

서경배 회장은 이날 ‘제52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유공자 포상으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화장품 산업을 수출 산업으로 육성시켜 한국 화장품 업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평가받았다. 그러나 올해 무역의 날 기념식은 1억달러 수출의 탑 수상 기업이 급감하는 등 어느 때보다 우울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올해 1억달러 수출의 탑 수상 기업은 59개로 지난해(95개)와 비교해 37.8% 줄었다. 어려운 수출여건 속에서 이뤄낸 성과라 더욱 값지게 평가된다. 서경배 회장은 “전세계 고객들과 소통해 한국 화장품 산업의 발전과 국가 경쟁력 강화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재욱 기자 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