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계열사들도 삼성전자처럼 글로벌 기업이 돼야 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0년 경영복귀 뒤 이런 주문을 반복적으로 한 덕분에,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사업 실패 전력을 만회할 기회를 얻고 있다. 비상장사인 오픈타이드코리아가 급부상하고 있어서다. 최근 증권시장이 맥을 못 추고 있는 가운데, 장외시장에서 오픈타이드의 주가는 2년 전에 견줘 6배 넘게 올라 8만원까지 뛰어올랐다.
오픈타이드 급성장의 배경은 ‘삼성그룹 일류화 프로젝트’다. 삼성은 “삼성전자의 성공을 다른 계열사로 확산시키라”는 이건희 회장의 지시에 따라, 삼성전자의 글로벌 전사적 자원관리(G-ERP) 시스템을 다른 계열사들로 확산시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작업은 지난해 삼성 미래전략실의 주관 아래 삼성에스디에스가 실행하기 시작했고, 오픈타이드가 컨설팅을 맡았다. 지난해부터 삼성정밀화학·삼성코닝정밀소재·삼성에버랜드·삼성물산 건설부문에 1차로 접목하고, 올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금융 계열사로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오픈타이드 매출은 2008~2010년 800억원대에 머물다 지난해 1457억원으로 급등했다. 직원도 2010년 700여명에서 지난해 1000명을 넘었고, 올해도 신입·경력직을 대거 모집하면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오픈타이드가 삼성에스디에스로 합병될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정보기술 업계 관계자는 “오픈타이드의 매출을 2000억~3000억원대로 키운 뒤 삼성에스디에스로 합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용 사장을 따라다니는 ‘이(e)삼성 실패’ 족쇄를 오픈타이드로 만회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사장은 2000년대 초 이삼성인터내셔널과 오픈타이드를 양대축으로 이삼성을 구축하려 시도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그 이후로 오픈타이드는 웹에이전시 사업에서 아이티(IT)컨설팅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오픈타이드의 사업적 성공과 더불어, 이를 가능하게 한 이아르피 작업 자체도 이 사장의 그룹 승계 작업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그룹 전체의 이아르피가 완성되면, 이재용 사장이 전 계열사를 장악하는 데 매우 유리해진다. 삼성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따로 보고가 올라오고 형식도 달라서 전체 그룹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아르피가 완성되면, 한눈에 삼성 전 계열사의 움직임을 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제조업과 금융업을 같은 시스템 안에 넣기 어려운데도 통합 이아르피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개인주주로는 이재용 사장이 최대 지분(8.81%)을 가진 삼성에스디에스가 사업적 이익을 얻게 된다. 이 사장의 지분 가치와 무관치 않다는 얘기다. 오픈타이드가 급성장하면서, 삼성에스디에스 등 그룹 계열사에 대한 매출 의존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오픈타이드의 전체 매출 중 삼성그룹 계열사 관련 매출 비중은 2007년 86.8%에서 지난해 99.0%까지 올라갔다.
이학수 전 삼성 전략기획실장과 김인주 삼성선물 사장(전 전략기획실 사장)이 오픈타이드 지분을 각각 1.04%와 0.21% 보유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이 전 실장과 김 사장은 과거 이재용 사장이 지분을 보유한 삼성에스디에스 등 비상장사 지분을 함께 보유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이 사장과 이 전 실장 등이 기업의 지분을 함께 보유한 것은 일종의 운명 공동체임을 보여주려는 것이었다”며 “그런 기업들을 통해 이 사장의 승계 작업을 했던 것인데, 현재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는데도 그대로 보유 지분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가 삼성 미래전략실장으로 이동한 것도, 오픈타이드의 부각과 관련지어 볼 수 있다. 최 실장은 특히 이아르피와 공급망관리(SCM) 등 경영관리 시스템의 신봉자로 알려져 있다. 최 실장이 이재용 사장의 ‘경영 교사’로 일컬어지는 만큼, 이 사장의 승계 마무리를 위해 최 실장이 앞장서서 이아르피 시스템 등을 완비하는 역할을 하게 되리란 것이다. 삼성 계열사의 한 임원은 “최 실장 주도로, 삼성전자 이외의 다른 계열사들이 적지 않은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노하우를 계열사에 전파하고, 동시에 3세 승계 작업을 마무리하는 것이 최 실장의 임무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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