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가위 연휴 충북 제천 고향을 찾은 안아무개(39)씨는 서울로 돌아오는 길 고속도로 주유소에 들렀다. 서울까지 돌아오는 데는 기름이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평소보다 싼 가격을 그냥 지나치기 아쉬웠다. 안씨는 “어차피 나중에 넣을 기름인데 쌀 때 넣자는 생각에 일부러 들렀다”며 3만9천원을 내고 연료통을 가득 채웠다.
안씨처럼 한가위 연휴 고속도로에서 싼 기름을 찾은 운전자들이 늘면서 고속도로 주유소 판매량도 크게 뛰었다. 정부가 고유가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덜겠다며 처음 시행한 ‘고속도로 주유소 기름값 100원 할인’ 기간 판매량은 지난해 한가위 보다 48% 가까이 늘었다. 다만 고속도로 주유 확대 효과가 확인되면서 일부 운전자에 한해 기름값을 깎아주는 게 고유가에 대응하는 적절한 정책수단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를 덜 쓰는 대중교통 이용자와 견줘 오히려 불공평한 방식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4∼27일 나흘간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재정고속도로 주유소 226곳에서 휘발유·경유 6112만ℓ가 팔렸다. 하루 평균 1528만ℓ로, 지난해 한가위 연휴 기간인 10월5∼8일보다 47.9% 늘었다. 도로공사가 할인 시행 전 예상한 하루 최대 판매량 1500만ℓ도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평소 하루 판매량은 약 600만ℓ, 명절에는 약 1000만ℓ다.
명절 기간 고속도로 이용객의 교통비 부담을 낮추는 조처 자체는 기존에도 이어져 왔다. 정부는 2017년 한가위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를 처음 시행했고,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 설 이후 중단했다가 2022년 한가위부터 재개했다. 올해는 여기에 고속도로 주유소 기름값 할인까지 추가한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명절 기간 고속도로 주유소 유류가격을 일괄적으로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부 집계를 보면, 나흘간 할인 주유소를 이용한 차량은 중복 포함 161만대였다. 판매량 6112만ℓ에 ℓ당 할인액 100원을 적용하면 전체 할인액은 61억1200만원이다. 이용대수 기준으로 한 대당 평균 약 38ℓ를 주유해 3800원가량 할인받은 셈이다.
할인액 약 61억원은 도로공사가 받을 주유소 임대료에서 부담한다. 고속도로 주유소를 운영하는 민간업체가 먼저 ℓ당 100원을 할인해 판매한 뒤 할인액만큼 도로공사에 낼 임대료를 덜 내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할인받은 만큼 도로공사의 임대수입이 줄어든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동발 고유가로 유류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고향 가는 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며 “도로공사의 자체 수익금 일부를 이용객에게 환원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수혜 대상과 비용 부담 방식이 적절했느냐다. 장연재 숭실대 교수(경제학과)는 “61억원은 도로공사에서 소비자로 옮겨 간 돈이지만, 결국 통행료, 부채, 투자 여력 중 어딘가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이번과 같은 대책은 별도의 정부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 빠르게 시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공기관 수입을 줄이는 방식은 정책에 들어가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게 장 조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주유량이 많은 대형 차량이나 장거리 운전자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반면 자동차가 없거나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로 짚었다.
고유가에 대응한다면서 기름값을 더 낮추는 게 적절했는지를 두고도 의문이 제기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미래에너지융합학과)는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는 석유 소비를 줄이라는 신호도 필요한데,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면서 기름값을 추가로 낮추는 것은 그와 반대되는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소비자에게는 분명 혜택이지만, 이런 방식이 적절한 고유가 대책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판매량 증가를 어떻게 해석할지도 따져볼 대목이다. 고속도로 주유소 판매량은 지난해 추석보다 47.9% 늘었지만, 다른 주유소에서 넣을 기름을 고속도로에서 넣었거나 이후에 넣을 기름을 미리 채웠다면 전체 소비량에는 큰 변화 없이 주유 장소와 시점만 달라졌을 수 있다. 안씨 역시 서울까지 돌아올 기름이 있었지만 싼 가격을 보고 주유 시점을 앞당긴 경우다.
장 조교수는 “소비자 부담 경감 효과는 약 61억원 있을 수 있지만 판매량 증가분의 대부분은 다른 곳에서 옮겨온 수요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100원은 판매가의 6% 안팎인데 판매량이 48% 늘었다는 것은 가격 반응이 매우 컸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료 수요가 비탄력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가 늘었다기보다 주유 장소와 시점이 바뀌었다는 신호”라고 했다. 한국석유유통협회는 고속도로 진입로 주변 일부 주유소의 판매량이 30∼40%가량 감소한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주변 주유소 영향 등을 별도로 분석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효과를 다층적으로 분석할 계획은 없다”며 “이번 할인은 고유가 상황에서 시행한 한시적 조처”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다음 명절에 같은 할인을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유하영 기자 yhy@hani.co.kr


![16살·19살 목숨 끊은 두 아들…“난 애도하지 않는 엄마입니다”<font color="#00b8b1"> [.txt]</font>](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1002/53_17908991885376_20261001504442.webp)



![에스엔에스 말고 동지가 필요하다 [성한용 칼럼]](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6/1005/53_17911967388149_20261005501243.webp)
![[단독] 법무부, ‘세월호·MB 뇌물’ 등 디지털증거 폐기 논의…내란 사건도 대상](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6/1005/53_17911950843517_20261005502016.webp)




















![[포토] 모든 사람의 안전권 보장을 위해](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6/0930/53_17907616894822_20260930503624.webp)






![에스엔에스 말고 동지가 필요하다 <font color="#00b8b1">[성한용 칼럼]</font>](https://img.hani.co.kr/imgdb/child/2026/1005/53_17911967388149_20261005501243.jpg)
![<font color="#FF4000">[단독]</font> 법무부, ‘세월호·MB 뇌물’ 등 디지털증거 폐기 논의…내란 사건도 대상](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1005/53_17911950843517_20261005502016.webp)
![<font color="#FF4000">[단독]</font> 시민 71% 사형제 폐지 흐름 알지만…52%가 ‘필요시 집행해야’](https://img.hani.co.kr/imgdb/child/2026/1005/53_17911951535512_20261005502008.jpg)

![<font color="#00b8b1">[포토]</font> 외국인 선비들, 어서와~ 과거시험은 처음이지?](https://img.hani.co.kr/imgdb/child/2026/1005/53_17911995970221_20261005501990.jpg)

![<font color="#FF4000">[단독]</font> 폭염으로 ‘열사병 치료’ 최소 4200명…후유장해 인정은 1건](https://img.hani.co.kr/imgdb/child/2026/1005/53_17911999392209_2026100550216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