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마트는 2011년 5월 신세계 대형마트 사업부문이 인적분할하면서 생겨난 기업이다. 1997년 신세계가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지 14년 만에 다시 백화점인 신세계와 대형마트인 이마트로 쪼개진 것이다. 이후 정유경, 정용진 남매가 상호지분을 깔끔하게 정리하며 각각 이마트와 백화점을 나눠 맡는 ‘남매 독립경영 체제’를 확립했다. 특히 남매가 각각 회장직에 오르며 이 구조는 더욱 공고해졌다. 다만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 회장이면서 신세계그룹 회장을 맡고 있고 공정거래법상 동일한 대규모기업집단(신세계그룹) 소속이다. 게다가 유통업 특성상 양사 간의 시너지와 내부거래가 활발히 일어나는 만큼 완전히 남남이라고 볼 수 없다.
전자상거래가 크게 성장하면서 대형마트 실적은 긴 정체에 빠진 지 오래됐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이마트 손익계산서를 보면 연매출액 15조원에서 움직임이 거의 없을 정도다. 매년 판매비와 관리비는 계속 증가 추세여서 영업이익은 매년 감소했다. 어느덧 영업이익률이 1%대로 떨어지는가 싶더니 2024년은 0.8%대로 내려앉았다. 2025년에는 홈플러스가 급격히 무너지면서 반사이익을 누린 덕분에 이마트는 매출액이 1조원 증가한 16조6천억원대, 영업이익은 2배 늘어난 2771억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1.7%로 여전히 낮다.
개점보다 폐점이 더 많아
성장이 지체되다보니 최근 5년간 이마트는 개점보다 폐점이 더 많았다. 마트 1개와 트레이더스 5개가 개점했고, 점포 11개가 영업을 종료했다. 마트가 많이 없어졌지만 유료 멤버십 기반을 다지는 트레이더스가 늘어난 것은 미국의 코스트코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에 914개 매장을 보유한 코스트코는 매년 매출액이 증가 추세를 보인다. 2024년과 2025년에 각각 5%, 8%씩 성장했다. 우리나라 코스트코도 마찬가지로 성장세다. 이마트의 매출액이 정체인데도 코스트코코리아는 2024년과 2025년 매출액이 각각 8%, 12%나 늘어났다. 전자상거래 시대임에도 코스트코는 오히려 최근 5년간 전세계 매장 수를 99개나 늘렸다.
코스트코의 성장 전략은 단순하다. 가장 잘 팔리는 품목 4천 개만 파는 것이다. 경쟁사인 미국 월마트가 15만 개 품목을 파는 것에 비하면 매우 적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가장 잘 팔리는 상품들을 제조사에 대량주문을 내는 식으로 매입 단가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참고로 이마트의 매출총이익률은 27%인데 코스트코는 11%에 불과하다. 1만원짜리 상품을 팔면 이마트는 2700원을 남기는 데 비해 코스트코는 1100원만 남긴다. 이러면 코스트코 영업이익률이 더 낮으리라 예상하겠지만 매년 3~4%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그 이유는 바로 판매비 및 관리비 절감과 충성고객 확보에 있다.
국내 대형마트들은 매대에 상품을 예쁘게 진열하지만 코스트코는 매장에 팰릿을 깔고 상품들을 그냥 상자째 판다. 상품 매입 단가를 낮춰야 하니 소포장 물품은 거의 없고 대용량 위주다. 영업시간도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시간만 문 여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주 70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이런 방식으로 관리비를 최대한 절감한다.
판매비와 관리비를 아껴 쓰고 최대한 저마진으로 승부를 겨루니 코스트코 고객 입장에서는 충성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멤버십에 신규 가입하거나 연장하는 회원이 꾸준히 늘어 2025년 기준 1억4500만 명이나 된다. 매년 6~7%씩 증가했다. 전세계 멤버십 갱신율이 90%니 탈퇴한 회원도 매년 있지만 신규 가입자가 더 많을 정도로 코스트코의 평판은 매우 좋다.
이마트도 이런 사업모델을 벤치마킹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내수시장이 작아 코스트코처럼 매입 단가를 확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마트 입장에서는 트레이더스를 늘리긴 했지만 결국 국내 유통업의 파이를 온라인 시장에 많이 뺏기면서 기존 오프라인 사업으로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에 이마트는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그동안 상당히 많은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미국 이베이가 보유한 이베이코리아의 지분 80%를 3조4404억원을 들여 인수한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온라인쇼핑몰로 유명한 지마켓과 옥션을 보유한 기업이다. 또한 미국 스타벅스커피인터내셔널로부터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 17.5%를 추가로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인수대금으로 4743억원을 치렀다. 회사는 자금 확충을 위해 과감히 이마트 본사와 성수점, 가양점 매장을 매각하기도 했다.
부동산 매각으로 큰 차익을 남겼고 많은 목돈을 마련해 여러 인수·합병을 했지만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지 못한다. 지마켓과 옥션으로 전자상거래를 강화했지만 쿠팡이나 네이버쇼핑의 입지는 너무나 탄탄했다. 다행히 스타벅스는 매출액이 꾸준히 늘고 영업이익을 내고 있어 가장 알짜 자회사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감소 추세이고 이익률도 5%에 불과해 성장성과 수익성이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
알짜 자회사의 마케팅 파문
더 큰 문제는 이 알짜 자회사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데이 마케팅’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켜 소비자가 불매운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타벅스는 이마트의 주요 종속기업 24개 중 두 번째로 많은 이익을 낼 정도로 모회사인 이마트 입장에서 중요한 자회사다.
이마트와 자회사들 매출액의 대부분이 국내 소비자에게서 발생하므로 더더욱 브랜드 이미지 관리가 중요한데 이번에 큰 타격을 입었다. 국내에서 불매운동이 한번 일면 실적이 정말 크게 줄어들 수 있음을 과거 남양유업이나 유니클로 등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 시장으로 주도권 이양, 무리한 인수·합병 후유증, 그리고 최근 불거진 브랜드 평판 리스크까지 현재 이마트가 마주한 삼중고는 녹록지 않다. 위기 돌파를 위해 이마트가 어떤 다음 수를 낼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동흠 공인회계사·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
박동흠은 많은 사람에게 기업 숫자의 의미를 알려주기 위해 글을 쓰고 강의하는 일을 주로 한다. 뉴스나 소문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숫자를 찾아 분석하면 숨은 뜻을 헤아리고 미래를 예상할 수 있는 놀라운 힘이 생긴다. 그 힘을 소개하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