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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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21년 전 폐지된 조사국 부활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국은 과거 ‘재계의 저승사자’라 불렸던 재벌·대기업 조사 전담 조직이다. 이재명 정부에서 공정위의 조사 기능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조사국이 신설되면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겨냥한 대규모 기획조사가 벌어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1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위는 행정안전부·기획예산처 등 관계부처와 조사국 신설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공정위 인력이 늘어난 상황에서 조직개편을 통해 인력을 재배치하고, 조사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조사국 신설과 관련해 예비비 편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직개편이 현실화되면 2005년 이후 21년 만에 조사국이 부활하게 된다. 1996년 조직된 이후 김대중 정부에서 활약한 조사국은 재벌·대기업의 불공정 행위 조사 및 과징금 부과를 전담했다. 2005년 말 폐지될 때까지 재벌 부당지원 행위와 관련해 과징금 부과 110건, 금액 3800억원 이상의 실적을 냈다. 그러나 재계의 반발로 참여정부에서 조사국을 폐지했고,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도 조사국 부활을 추진했지만 재계의 반대 목소리 탓에 성사되지는 못했다. 대신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 조사를 전담하는 기업집단감시국을 신설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기업집단국 내 지주회사과를 폐지하는 등 기능을 축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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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들어 공정위의 조사 기능을 강조하고 조직 확대를 추진하면서 조사국도 부활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공정위를 콕 집어 증원 검토를 지시했고, 공정위는 올해 167명을 증원한 데 이어 내년 200명 추가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주병기 공정위원장도 공정위의 ‘경제검찰’ 역할을 강조해온 바 있다.

전문가들은 조사국이 신설되면 대기업의 부당 행위를 겨냥한 공정위 조사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공정위 조사 관련 조직은 기업집단국을 비롯해 시장감시국·카르텔조사국·기업거래결합심사국 등으로 나뉘어 있는데, 특정 혐의가 포착되면 담당 국이 조사를 진행한다. 그러나 조사국이 신설되면 특정 기업이나 이슈에 대해 칸막이 없이 전방위적인 조사를 벌일 수 있고, 신고를 받아서 조사하는 게 아닌 사건을 스스로 발굴하는 직권 인지 조사가 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 한국공정거래학회 소속 교수는 “조직이 확장되고 있는 공정위 입장에서는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사국이 적극적으로 인지 조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예측하지 못한 조사 가능성이 커져 긴장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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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정권의 필요에 따라 악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위 상임위원을 지낸 신영호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조사기관으로서 사안을 전체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조사 권한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조사국 신설은 바람직하다”며 “다만 정권에 따라 권력기관 악용 소지가 있다는 점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