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지역 긴장에 따른 불안감이 4일 서울 주식시장을 집어삼켰다. 투자자들은 업종과 종목을 가리지 않고 앞다퉈 주식을 매도했다. 코스피(12.06%)와 코스닥지수 하락률(14%)은 모두 사상 최대였다. 이날 하루 동안 두 시장에서 시가총액이 약 662조원 감소했다. 전날을 포함해 이틀간 감소 폭이 약 1069조원에 달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전쟁이 단기에 끝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에 중동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큰 아시아 국가들과 유럽의 증시가 미국보다 더 크게 출렁거리고 있다.
3월2~3일 이틀간 미국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가 0.9% 하락한 반면, 유럽 대표기업으로 구성된 유로스톡스50지수는 5.9% 떨어졌다. 아시아 증시에선 3일까지 코스피가 7.2%, 일본 닛케이지수가 4.4%, 대만 자취안지수가 3.3% 떨어졌는데, 4일 코스피가 12.1%, 닛케이가 3.6%, 자취안이 4.4% 추가 하락했다.
이날 서울 증시의 주가 폭락은 ‘패닉 세일’(공황 매도)의 성격이 짙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분석가는 “3일에는 반도체(-10.2%), 자동차(-10.52%) 등이 큰 폭 떨어지는 가운데서도 운송(-1.26%), 통신(-1.83%), 금융·보험·증권(-2%대) 등은 소폭 하락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급락세 안에서도 업종별 단기 기대 심리가 작동했던 셈인데, 이날은 이들 업종지수도 모두 10% 넘게 떨어졌다. 코스닥 시장에선 투매 움직임이 더 심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무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주가 하락세”라고 말했다.
서울 증시는 그동안 상승률이 높았던 만큼, 조정 국면에서 하락 폭도 더 크다는 분석도 많다. 정해창 대신증권 분석가는 “코스피가 1월에 24%, 2월에 19.5%의 급등을 이어오면서 단기 과열 해소가 필요했던 상황이었다”고 짚었다. 직전 2거래일 동안 12조원어치를 순매도한 외국인 투자가들이 이날은 2355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관망세를 보였지만, 그동안의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엄청난 손바뀜이 일어났다.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이 62조6360억원으로 2월 일평균 거래대금 32조4천억원의 거의 갑절에 이르렀다.
이은택 케이비(KB)증권 분석가는 “지금만큼 빠르게 급등한 뒤 조정받았던 경우는 닷컴버블 때와 3저호황 때가 있는데, 당시 조정 폭은 15~23%였다”며 “이를 현재 코스피에 대입하면 4850~5400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코스피 종가 5093.54는 그 한가운데 위치한 셈이다.
증시 분석가들은 그동안 주가 상승을 주도해온 반도체 업종의 실적 전망에 별다른 변화는 없다고 지적한다. 이은택 분석가는 “중동 전쟁이나 그 여파로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올라도 빅테크들이 인공지능 투자를 중단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도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수 있다”면서도 “반도체의 이익 모멘텀은 여전히 견조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패닉 매도 사례를 보면,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극복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상현 메리츠증권 분석가는 “2010년 이후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5% 이상 급락)는 8번(10영업일 내 반복된 경우는 하나로 계산) 발동됐는데 그중 4번은 10영업일 이내 매수 사이드카를 동반”했다며 “발동 이후 평균 23영업일 이후 지수 낙폭을 모두 회복하고 44영업일(D+44)에는 지수가 5%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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