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 쿠팡 제공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 쿠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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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가 총수(동일인) 지정을 피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새로 도입한 예외 규정에 따라 쿠팡의 동일인을 법인으로 판단하면서다. 3년간 이어진 김 의장의 총수(‘자연인’ 동일인) 지정 논란이 매듭지어진 듯하지만 김 의장의 동생 김유석씨가 논란의 새로운 불씨로 남았다. 자연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해당 기업집단의 각종 내부거래와 관련해 이 동일인에게는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금지’ 규제가 적용된다.

공정위는 15일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을 발표하며, 쿠팡의 경우 김범석 의장 ‘자연인’이 아닌 쿠팡의 국내 사업지주회사인 쿠팡㈜를 ‘법인’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쿠팡은 모회사인 미국법인 쿠팡아이앤씨(Inc.)가 국내법인 쿠팡㈜를 100% 소유한다. 김 의장은 국내법인 지분은 없고, 쿠팡Inc. 주식만 보유하고 있다.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 논란은 쿠팡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처음 지정된 2021년부터 이어져 왔다. 이때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돼야 했으나, 김 의장이 미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쿠팡이 강하게 반발했고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도 통상 마찰 우려를 제기하면서 공정위는 3년째 쿠팡㈜를 동일인으로 지정해왔다. 이에 공정위가 통상 당국과 협의한 끝에 이달 초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 가능한 예외 규정’을 마련했는데, 쿠팡 쪽이 이들 조건에 모두 부합한다고 최종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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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법인 쿠팡Inc.가 국내법인 쿠팡㈜를 100% 소유해 지배하고 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는 쿠팡Inc. 주식을 소유하고 있고, 국내법인 주식은 보유하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미국법인 쿠팡Inc.가 국내법인 쿠팡㈜를 100% 소유해 지배하고 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는 쿠팡Inc. 주식을 소유하고 있고, 국내법인 주식은 보유하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예외 조건을 보면,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이 최상단회사를 뺀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지 않아야 한다. 또 총수 일가(친족)가 계열회사에 출자하거나 임원으로 재직하는 등 경영에 참여해서도 안 된다. 총수와 총수 일가 모두 국내 계열사 간 채무보증과 자금대차도 없어야 한다. 공정위는 쿠팡의 경우 모두 이 조건에 부합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김 의장의 동생인 김유석씨의 쿠팡 내 역할과 행적을 언급하며 공정위 판단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쿠팡In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한 자료를 보면, 김씨는 2023년에 디렉터 직급으로 급여와 보너스로 약 44만달러(약 6억원·현재 환율 기준)를 받았으며 쿠팡Inc. 주식도 보유하고 있다. 또 2023년 초 한국법인 쿠팡㈜에서 미국법인 쿠팡Inc.로 소속을 옮겼으나, 여전히 파견 형식으로 국내에서 일하고 있다. 김 의장의 ‘자연인’ 동일인 지정을 피하기 위한 행위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김유석씨의 아내도 쿠팡Inc.에서 인사관리 전산시스템 운영총괄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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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쿠팡이 김씨가 이사회 참여나 투자활동 임원 선임 등 경영 참여 사실이 없는 것으로 소명했고, 이런 사실에 대해서 확인하고 서명했다”고 말했다. 유성욱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도 “쿠팡㈜에 김씨와 같이 파견된 직원이 약 170명, 같은 직급은 약 140명 정도 있고, 등기 임원의 경우 연봉이 30억원(약 220만달러·현재 환율 기준) 정도 받아 (김씨를) 임원으로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쿠팡 제공.
쿠팡 제공.

지난 3년간 김 의장의 총수 지정 회피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은 “기업집단에서 일하는 친족의 직위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역할을 확인해야 한다”며 “가족을 파견 보내 총수의 직접적인 지시를 수행하거나 국내 기업의 상황을 모니터링해서 총수에게 보고하는 경우가 많은데, 쿠팡도 이런 사례에 해당하는지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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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재계는 이번 공정위의 판단을 두고 국내 기업집단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내 기업집단에 적용하기 어려운 예외 규정을 만들어 쿠팡을 특별 대우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기정 위원장은 “모든 기업집단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규정”이라며 “기존 기업집단들도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통해 예외 요건을 충족하면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도 자연인이 아닌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