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 운영 체제(OS)와 모바일 기기 호환으로 20년 넘게 ‘폐쇄적 생태계’를 구축해 온 애플이 미국과 유럽의 ‘반독점’ 규제에 동시에 직면했다.
21일(현지시간) 미 법무부는 16개 주와 함께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지난 5년간의 조사 끝에 제기한 이번 소송은 애플의 ‘성공 비결’로 꼽혀온 폐쇄적인 애플 생태계를 정조준했다. 애플은 자체 개발한 반도체 칩과 독자 운영 체제(iOS 등), 고유의 플랫폼(앱스토어 등)을 통해 아이폰·아이패드·맥북 등 애플 기기를 쓰는 소비자를 가두고 그 안에서 지갑을 열게 하는 방식을 고수해왔다.
법무부는 이 같은 애플 생태계가 “불법적인 배타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메릭 갈랜드 법무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애플이 오늘날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기술·서비스 면의) 우월성 때문이 아니라, 불법적인 배타적 행위 때문”이라며 “경쟁사를 배제하려는 의도적인 전략을 통해 지난 수년간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점력을 유지해 왔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우선 애플이 아이폰 기능을 통제해 경쟁사들이 혁신적인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것을 막았다고 판단했다. 애플이 자체 ‘지갑’ 앱 외에는 다른 경쟁사의 디지털 지갑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한 점도 문제 삼았다. 법무부는 또 애플이 경쟁사 하드웨어 기기를 아이폰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없도록 기능을 제한했다고 보고 있다. 이용자를 묶어두기 위해 안드로이드 등 애플 외 다른 운영시스템(OS)을 사용하는 스마트폰으로 기기를 갈아타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봤다. 애플이 아이폰 앱스토어에서만 앱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다른 앱스토어를 허용하지 않았고, 경쟁업체의 앱 제공을 막았다는 것이다.
애플은 자사의 사업전략이 반독점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방어권을 적극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애플은 “이번 제소는 애플의 정체성은 물론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애플 제품을 차별화하는 원칙을 위협하는 것”이라면서 “소송이 목적을 달성한다면 사람들이 애플로부터 기대하는 기술을 창조하는 능력이 방해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유럽에서도 경쟁 당국의 규제를 받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조만간 애플과 구글에 대해 디지털시장법(DMA) 위반 조사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집행위는 애플과 구글이 각각의 대체 앱스토어 개발자에 새로 부과하기 시작한 수수료 정책 및 이용 약관이 디지털시장법 규정을 준수했는지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시행된 디지털시장법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 키퍼’로 지정해 규제하는 법이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 등 미국의 글로벌 빅테크 대다수가 게이트 키퍼로 지정됐다. 이들은 서비스를 경쟁업체에 개방해야 하고, 획득한 이용자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활용이 엄격히 제한된다. 의무 불이행 시 전 세계 연간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과징금 상한이 전 세계 매출의 20%까지 높아질 수 있다.
앞서 지난 4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 앱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남용했다며 18억4천만유로(2조7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애플은 디지털시장법(DMA) 시행에 따라 이달부터 유럽 지역에 한해 애플의 앱스토어를 통하지 않더라도 개발자의 웹 브라우저에서 애플리케이션의 다운로드를 허용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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