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6년간 건설업체가 하청업체에 공사대금을 공정하게 지급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린 사건 가운데 70%가 경고 처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을 경우 불법 하도급을 촉발해 부실공사의 원인이 되는 만큼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정위에서 받아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공사대금 부실지급 사건(644건)에 적용된 혐의사실 857개 가운데 경고 처분이 내려진 혐의사실이 70.8%(607건)에 달했다. 고발(6건)·과징금(19건)·시정명령(78건) 등 경고보다 강한 처분은 12.0%에 그쳤다.
위반 사건 644건은 지연이자 미지급(277건·42%)과 대금 미지급(199건·30%)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건설회사가 수급사업자에 대금을 늦게 지급하거나 미지급하는 관행이 여전한 것이다.
대형 건설회사들도 눈에 띈다. 최근 3년 내로 좁혀보면 디엘이앤씨(옛 대림건설), 롯데건설, 호반산업, 한화건설, 쌍용건설, 효성중공업 등이 공사대금 부실 지급으로 경고 처분을 받은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하도급 대금의 부실 지급은 부실 공사의 원인이 된다. 자재비·인건비 등을 일 단위로 지급하는 건설업계 관행상 대금 지급이 늦어질수록 공사 품질이 하락할 공산이 커서다. 공정위가 최근 철근이 누락돼 이른바 ‘순살 아파트’로 불리는 부실시공 아파트의 시공사를 상대로 하도급 갑질 여부 조사에 나선 이유다.
그러나 공정위의 제재가 경고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재발 방지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미지급액이 작거나 조사가 시작된 뒤 밀린 대금을 지급하는 등 자진시정을 하면 자체 사건절차 규칙에 따라 경고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최종윤 의원은 “공정위 조사가 들어가야 대금이 지급되는 등 현장의 불공정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대금이 제때 지급될 수 있도록 예방적 조치 마련에 힘써야 하고, 동시에 처분 수준을 상향하는 등 공정위의 관리·감독 역할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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