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오프라인 유통업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오프라인 유통업 중심의 규제를 조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규제를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온·오프라인 관계없이 노동자 휴식권 보장 등 권리 개선도 함께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최근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 매장이 온라인 판매를 하는 경우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유통산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유통산업법은 대형마트는 주중 밤 12시부터 오전 10시까지는 모든 영업을 금지하고 격주에 하루씩 문을 닫도록 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이런 영업 제한 규제를 온라인 판매에 한해 풀어주자는 게 핵심이다.
이 개정안은 이런 규제가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업체가 유통질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해당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실제 대형마트는 의무 휴업 기간엔 매장 안 대면 영업뿐만 아니라, 온라인 주문 건에 대한 제품 분류·포장·배송 작업도 할 수 없었다. 급격히 불어나는 온라인 쇼핑 시장에 이렇다 할 대응이 어려웠다는 얘기다. 이에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유통업체들은 상당한 비용을 들여 온라인 전용센터를 용인·김포 등에 따로 만들어 새벽배송 등 영업제한 시간대 발생하는 온라인 주문 건을 처리해왔다. 이들 업계 중심으로 “쿠팡 등 온라인으로만 영업하는 플랫폼과 역차별”이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 배경이다.
마트 노동자와 자영업자 등 이해관계자는 여당 주도의 이런 규제 변화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간 여당 의원들이 복합쇼핑몰 의무휴업 도입 등 규제 도입 관련 법안을 낸 것과 대조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25일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은 “역차별 해소를 위해 마트는 물론 백화점·복합쇼핑몰·온라인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도 일요일 휴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야간 노동과 과로 논란이 큰 전자상거래업체까지 규제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도 “쿠팡·네이버 등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사업자들이 대규모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규제해야 할 때”라고 거들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새벽배송 시장 규모만 2조5천억원 수준으로 성장한 점 등을 들어 의무휴업 규제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은 현실성이 낮다고 보면서도 노동자 건강권 등을 보장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등은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한국유통학회장)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현재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에 배송작업조차 할 수 없는 것은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역차별 요소가 맞는다”면서도 “플랫폼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발생하는 노동자 과로, 중소상공인에 대한 갑질 등 부작용을 제어할 수 있도록 업계의 자정작용은 물론 제도 정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는 30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마트업계와 노동계, 전문가들을 불러 유통산업 일자리와 노동자들의 건강권 확보 등에 대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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