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가 이달 초 인천 청라지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화재 사고로 불거진 전기차 화재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장 21일부터 신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 출고를 앞둔 현대차를 비롯해 완성차 업계는 갑자기 날아든 대형 악재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현대차는 신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고객 인도를 하루 앞둔 20일 “전기차용 배터리는 100% 충전해도 충분히 안전한 범위내에서 관리되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최근 일부 지자체나 아파트 단지 차원에서 일정 수준 이상 충전된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출입을 제한하겠다고 나서는 등 과충전이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자 이를 해명하고 나선 것이다.
현대차 쪽은 “소비자에게 안내되는 100% 충전량은 일부 용량을 마진(여유)으로 남겨둔, 안전성 검증을 완료한 구간”이라고 했다. 전기차를 완충해도 실제 배터리 용량을 꽉 채워 충전한 것은 아니기에 과충전 우려는 부풀려진 것이라는 얘기다.
화재를 유발하는 ‘단락’도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철저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현대차는 설명한다. 제조 불량이나 외부 충돌로 배터리 내 음극과 양극을 분리해주는 분리막이 찢어지는 ‘단락’이 발생하면 순간적으로 스파크(불꽃)가 튀며 배터리에 불이 붙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차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주차·충전·주행 중에 이상 징후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순간 단락이나 미세 단락을 감지해 위험 징후가 있으면 고객에게 이를 문자로 알려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건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주문 취소 등으로 이어질 거란 우려 때문이다.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등에는 “주문하고 한 달을 기다렸는데, 전기차 화재 걱정에 결국 취소하고 내연차로 가렵니다” 등의 주문 취소 인증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현대차 뿐 아니라 내년 1분기 국내 최초 전기 픽업 트럭 ‘O100’을 출시 예정인 케이지(KG)모빌리티도 배터리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특별 안전 점검을 시행한다고 밝히는 등 고객 안심시키기에 한창이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이라 불리는 수요 감소를 ‘가성비’ 좋은 상품으로 돌파하려했는데, 갑자기 이런 악재가 터져 다들 걱정이 크다”며 “배터리 위험성 관련 오해를 풀고 고객을 안심시키는 데 다들 최선을 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