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 CJ ENM 제공
영화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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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들의 전쟁터였던 여름철 극장가 지형이 올해는 대폭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 천만 흥행을 자랑하는 스타감독의 이름을 찾기 힘들고 손익분기점 300만~400만명의 대작 영화도 사라지다 시피했다. 흥행 전망 역시 안갯속이다. 이 가운데 극장에서 자주 만날 얼굴은 배우 조정석과 고 이선균이다.

올 여름 배급사들이 성공 모델로 자주 언급하는 건 ‘육사오’다. 2022년 여름 시장 끝물인 8월24일 개봉한 이 영화는 누적관객수 198만명으로 손익분기점 160만명을 넘겼다. 관객 700만명대의 ‘한산’(2022)이나 500만명대의 ‘밀수’(2023)가 아니라 이 작품이 자주 언급되는 건 스타 배우나 스타 감독 없이 순제작비 50억원대의 중급 규모의 예산으로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올해 여름 극장가는 흥행성공을 보장하는 대작 영화인 ‘텐트폴’이 기근이다.

영화 ‘핸섬 가이즈’. 뉴 제공
영화 ‘핸섬 가이즈’. 뉴 제공

여름 개봉작 중 가장 큰 영화는 다음달 12일 개봉하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로, 제작비 200억원 규모, 손익분기점이 400만명 수준이다. 배우 이선균의 유작으로 개봉이 불투명했으나, 창고영화로 묵히기에는 많은 제작비가 투여됐고, 지난여름 ‘더 문’, 2022년 ‘외계+인’ 1부 등이 줄줄이 참패를 기록한 씨제이엔터테인먼트로서는 대안이 없어 정공법을 택했다. 짙은 안갯속 연쇄 추돌과 다리 붕괴 위기에 올라탄 시민들의 생존 투쟁을 그린 재난영화다. 또 다른 재난영화인 ‘하이재킹’도 제작비 140억원 규모로 올여름 영화 가운데는 비용이 많이 들어간 축에 속한다. 1971년 대한항공 여객기 납북 미수 사건으로 알려진 실화를 바탕으로 하정우, 여진구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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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이재킹’.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영화 ‘하이재킹’.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두 영화 빼고는 순제작비 100억원을 넘기는 작품이 없다. 제작비 180억~280억원대였던 지난여름 대작 4편, 250억~350억원대였던 2022년 여름 대작 4편에 비하면 완연히 규모가 꺾였다. 두해에 걸쳐 대작들의 절반이 수익은커녕 제작비의 절반도 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영화계 전체의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크게 배팅해 크게 벌기보다는 실패의 확율을 줄이는 쪽으로 전략이 바뀌었다.

영화 ‘탈주’.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탈주’.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여름 성수기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국내 극장의 최고 대목은 7월 셋째주부터 8월 중순까지 여름방학 한 달로, 대작영화들은 이때부터 매주 한편씩 출격하듯 개봉하고 휴가철 피크인 7월 마지막주를 개봉주로 잡으려는 신경전도 치열했다. 올해는 제작비 규모가 비교적 큰 ‘하이재킹’이 이달 21일 개봉하면서 일찌감치 여름 시장의 시작을 알린다. 이후 중급 규모의 코미디 ‘핸섬 가이즈’가 6월26일, 이제훈·구교환이 주연한 ‘탈주’가 7월3일 개봉한다. 대작들의 경쟁이 가장 치열하던 7월 말, 8월 초 3주 동안 개봉하는 한국영화 화제작은 조정석 주연의 코미디 ‘파일럿’이 유일하다. ‘탈주’와 ‘파일럿’은 손익분기점 200만명 정도다. 8월 중순까지 ‘행복의 나라’와 ‘빅토리’ 개봉이 예정돼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가늘고 긴’ 여름 시장이 이어질 확율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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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 CJ ENM 제공
영화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 CJ ENM 제공

수요일 개봉 불문율에서 벗어난 영화도 두 편이나 된다. ‘탈출’과 ‘하이재킹’은 금요일 개봉을 선택했다. ‘탈출’을 배급한 씨제이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재난영화를 선호하는 관객층인 10~20대와 직장인들이 주말에 극장을 찾기 용이하다는 점 때문에 금요일 개봉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최근 수요일 개봉 첫날 관객반응이 개봉 주말 좌석수 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자 주말 좌석 확보를 위해 일부 영화들을 중심으로 금요일 개봉이 조금씩 늘고 있다.

영화 ‘파일럿’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파일럿’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올여름 스크린에서 가장 자주 만나게 될 얼굴은 조정석과 고 이선균이다. 조정석은 ‘파일럿’와 행복의 나라’로, 이선균은 ‘탈출’과 ‘행복의 나라’에 출연한다. ‘행복의 나라’는 10·26사태를 배경으로 김재규의 부하 박흥주 당시 중앙정보부장 수행비서관과 그의 변론을 맡았던 변호인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다. 이선균이 박흥주를 모델로 한 강직한 군인 박태주를, 조정석이 변호사를 연기한다. ‘광해, 왕이 된 남자’로 천만 관객을 달성한 추창민 감독이 연출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