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유족회가 21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정부의 발굴 유해 일괄 화장·합사 계획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가운데 양성홍 4·3행방불명인협회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허호준 기자
제주4·3유족회가 21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정부의 발굴 유해 일괄 화장·합사 계획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가운데 양성홍 4·3행방불명인협회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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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전쟁기 집단학살터에서 발굴한 유해들을 한꺼번에 화장해 합사해 안치하는 계획을 마련한 가운데 제주4·3 유족들이 이런 방침에 반발하고 나섰다.

21일 제주4·3희생자유족회 등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과거사처리지원단과 대전 동구청은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 위령시설 및 평화공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비 588억여원을 들여 추진하는 공원은 대전 동구에 들어설 예정으로 민간인 희생자 유해를 화장한 뒤 지역별로 합사할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토지보상 등 행정절차를 밟아 2027년 유해 안치 절차를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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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유해는 세종시 추모의 집에 임시 안치된 4천여구의 유해로, 대전 골령골과 경산 코발트 광산, 김천 형무소 등에서 발굴된 유해들이다.

문제는 정부가 이들 유해를 한꺼번에 화장해 합사해 조성되는 평화공원에 안치하는 방안을 전제로 하면서 4·3 유족들이 반발하고 있다. 대전 골령골 등에서 발굴된 유해들 가운데는 제주4·3 관련 희생자들도 있을 개연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 2023년 9월에는 대전 골령골에서 발굴된 1441구의 유해 가운데 70구의 유해를 대상으로 유전자 감식 작업을 한 결과 대전형무소에서 수형생활을 하던 4·3 행방불명자인 고 김한홍(당시 26)씨의 유해로 확인돼 제주의 고향으로 송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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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제주4·3유족회는 21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돌아오지 못한 가족의 유해를 찾기 위해 피눈물을 흘리면서 전국을 헤매온 유족들에게 이번 정부의 계획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이대로라면 4·3 희생자의 신원이 확인되더라도 정든 고향 땅으로 모셔오는 길은 영영 가로막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유족회는 “제주4·3평화재단이 2019년 발간한 ‘제주4·3사건 추가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대전형무소, 경산 코발트광산에서 총살당한 대구형무소, 김천형무소에서만 수백여명의 4·3 희생자가 행방불명된 것으로 파악되는 등 전국적으로 1800여명의 4·3 수형인들은 제주로 돌아오지 못했다”며 “4·3특별법에는 희생자의 유해 발굴과 수습은 반드시 4·3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야 한다. 행정안전부와 대전 동구청이 추진하는 집단 화장 및 합사 계획은 행정 편의주의의 산물로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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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회는 집단 화장 및 합사 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개별 화장과 봉안을 통해 4·3 희생자의 신원 확인과 봉환을 책임지고 봉환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양성홍 4·3행방불명인협회장은 “저의 아버님도 대전 골령골에서 희생된 것으로 추정돼 찾던 중 광주형무소에서 희생된 할아버지 유해의 신원을 확인해 지난해 모셔올 수 있었다. 다른 유족들도 저처럼 유해의 일부라도 찾을 수 있기를 염원하고 있다. 합사하게 되면 유해 확인이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