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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지하철 첫차·막차 시간을 30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근무시간 변경은 노동조건 변경에 해당해 노사 합의가 필수적인 사안임에도,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이르면 8월부터 지하철 첫차와 막차 운행 시간을 각각 30분 앞당기겠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첫차는 기존 새벽 5시30분에서 새벽 5시로, 막차는 새벽 1시에서 밤 12시30분으로 당겨진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서울교통공사와 사전에 조율이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방적인 서울시 발표에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는 민주노총 산하의 교통공사노조인 1노조, 서울교통공사통합노동조합인 2노조, 엠제트 세대가 모인 3노조가 있다. 이 가운데 3노조의 반발이 가장 거세다.
김진환 1노조 소통실장은 “노사가 근무시간 변경 등에 합의하지 않았는데,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발표해 당혹스럽다”며 “반발하는 조합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막차를 이용하는 승객들을 두고 서울시가 시민 의견 수렴을 하지 않았던 점이 안타깝다”고 했다
이양섭 제2노조 위원장은 “근로시간 변경은 단순한 행정조정이 아니라, 노사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서울시가 4월쯤 의견을 물어오긴 했지만,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이후 공식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열차 운행 종료 후 기지 입고, 검수, 정비 과정 등 실질적으로 쉬는 시간 없이 업무가 계속된다”며 “과로가 발암물질이라는 보고도 있고, 새벽에 30분 일찍 출근하면 생체리듬 붕괴로 건강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사 합의 없는 시행은 불가능하다. 현재 2025년 임단협조차 시작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송시영 제3노조 위원장도 “서울시가 ‘첫차·막차를 당긴다’는 말을 너무 쉽게 한다”며 “현재 첫차가 오전 5시30분에 출발한다고 하더라도 지하철 역사는 새벽 3시50분께 문을 연다. 역사 개장 시간이 앞당겨지면 안전관리 문제가 생기고, 정비 시간이 부족해진다”고 반박했다. 송 위원장은 “막차를 당기더라도 GTX·코레일이 운영하는 지하철 1,3,4호선 일부 구간은 여전히 새벽 시간대까지 운행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며 “정확한 수요 파악 없이 시간 단축을 진행하는 것은 대형운송수단의 특성을 무시한 경제적 낭비”라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최근 시의회 의장과의 면담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그는 “현재 공사 경영진의 비위와 비리로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금 지하철 운행 시간을 조정할 게 아니라 산하기관 비리 책임부터 묻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지난해 평일 기준으로 첫차 시간대(새벽 5시30분~6시) 이용객이 7만3657명으로, 막차 시간대(밤 12시30분~1시) 이용객(6986명)보다 약 10배 이상 많았다고 밝혔다. 첫차 시간을 30분 앞당기면, 버스를 이용하던 약 2만여명이 지하철로 이동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새벽 5시~5시30분에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의 71%다. 서울시 관계자는 “심야엔 버스 등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노사협의, 철도안전관리 체계 신고 등을 거쳐 차질없이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