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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전 인천 서구 한 공업사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벤츠 등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대한 2차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오전 인천 서구 한 공업사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벤츠 등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대한 2차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를 수사 중인 경찰이 약 4개월 동안 수사에도 화재 발생 원인을 밝히는 데 실패했다.

인천경찰청 형사기동대는 28일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 차량 화재사건 수사결과 간담회’에서 화재 원인과 관련해 “명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형기대는 그동안 벤츠코리아 등 4곳을 압수수색해 31개 물품을 압수했고, 3차례 합동 감식을 진행한 바 있다.

경찰이 화재 원인을 밝히지 못한 이유는 배터리 관리장치 데이터가 손상된 탓이 크다. 경찰은 합동 감식 과정에서 배터리 관리장치(BMS)와 배터리 팩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배터리 팩 내부의 절연 파괴 과정에서 발생한 전기적 발열에 따른 발화, 배터리 팩 외부 충격에 따른 손상 등 내·외부적인 요인 가능성을 모두 제시했다. 다만 배터리 관리시스템은 화재 당시 영구적인 손상이 발생해 데이터 추출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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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자문에서도 명확한 화재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다. 경찰은 “외부 충격에 의한 배터리 셀 손상으로 발화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등의 답변은 있었지만 배터리 관리시스템 획득 불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다만 ‘배터리 충·방전 중 덴드라이트 증식에 따른 분리막 파괴’ 등이 화재 원인일 수 있다는 기타의견도 나왔다. 벤츠 코리아와 독일 본사를 상대로 한 수사도 배터리 관리장치가 주차된 상태에서 활성화되지 않아 화재 원인은 확인하지 못했다.

전기차의 운행 행적에서도 화재 원인으로 볼만한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해당 차량은 7월29일 전기 완충 뒤 2시간 동안 운행하고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했으며, 이후 59시간이 지난 뒤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 밖에 보험 이력과 정비 이력, 운행 이력을 확인했지만 화재 원인으로 볼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11월과 지난 4월 차량 하부점검에서도 특이점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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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아파트 관리소장과 소방안전관리 책임자, 야간 당직자 2명 등 모두 4명에게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야간 당직자 2명은 화재경보 주경종이 울리자 약 4초 뒤 주경종, 지구음향 및 스프링클러 작동을 연이어 정지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이들은 현장을 확인한 뒤 스프링클러를 다시 작동시키고자 했지만, 그사이 커진 불로 중계기 선로가 끊겨 작동이 불가능한 상태가 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평소 소방시설의 오작동으로 인해 수손 피해나 소음 피해로 주민 민원이 우려돼 소방시설을 임의로 차단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아파트 관리소장과 총괄 소방안전관리자는 평소 화재 발생에 대비해 대응 교육이나 훈련을 하지 않고 관리 감독도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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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1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벤츠 EQE350 전기 차량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차량 수십대가 불에 타는 등 피해를 보았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