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놀랍네요. 이렇게 하기 힘들거든요.”
5일 낮 광주광역시 북구 문화동 ‘시화마을’을 둘러본 강원도 인제군 공무원 김영신(54·5급)씨는 “마을만들기 사업은 주민 참여를 끌어내기가 가장 어렵다. 여러 아이디어가 번쩍인다”고 말했다.
무등산 지맥이 둘러싼 문화동은 호남고속도로 동광주 나들목이 있는 광주의 외곽지역이다. 2000년 주민 25명으로 발족한 주민자치위원회는 꽃과 나무를 심는 쌈지공원 조성부터 시작해 2년 뒤 시화(詩畵·시와 그림)마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08년, 문화동 주민자치위원장 안병국(77)씨는 초대 자치위원장인 김상근(82)씨와 함께 기초생활수급자 1200가구가 사는 영구임대아파트 2개동 주위에 쳐놓은 방음벽(길이 250m)을 헐자고 제안했다. 호남고속도로에 진입하는 광주1순환도로 연결도로가 인근에 완공되면서, 아파트 앞 도로의 통행량이 줄었던 것이다. 주민들은 “시끄러울 것” “도둑이 들 수 있다”며 반대했다. 방음벽을 없애려면 복도식 아파트 바깥벽에 창문을 설치해달라고 했다. 5억원이 드는 일이었다. 주민자치위원회 이재길(45·조각가) 총무는 “방음벽부터 헐고 나서, 한국주택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찾아가 지원 약속을 받아냈다”고 돌이켰다.
방음벽을 없앴더니 폭 10여m 공간이 생겼다. 산책로를 만들고, 꽃과 나무를 심고, 물이 흐르는 실개천도 조성했다. 동네 백일장에서 뽑힌 시와 시인협회 회원들의 친필 시를 새긴 조각 작품들을 길에 군데군데 세웠다. 아파트 주민(57)은 “산책하기가 좋다. 아파트가 밖으로 열리면서 주민들도 쓰레기를 버리지 않아 되레 깨끗해졌다”고 말했다.
문화동 주민들은 축제를 열어 거리에 환경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재개발 예정인 마을 담벽에 그림을 그리는 골목미술관을 열었다. 다음달 10~12일엔 폐품을 모아 허수아비 형상을 만드는 환경미술축제도 연다.
동네 어르신들의 헌신과 젊은 예술가들의 열정이 시화마을 변모의 동력으로 꼽힌다. 이명규 광주대 교수(도시계획학)는 “세대 차이를 극복한 동행이 지속 가능한 마을 만들기에 큰 힘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몇몇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가 정부 지원 등이 멈추면 시들해지는 것과 달리 문화동 시화마을은 10년 넘게 지속돼온 점이 돋보인다. 주민 대표들은 2014년 각화저수지 아래 시화문화센터가 완공되면 ‘문화의 오아시스’를 꾸미겠다는 포부도 내보였다.
광주/글·사진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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