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약 당신이 영하 40도의 바람이 휘몰아치는 얼음 위에 맨발로 서 있다고 상상해 보자. 아마 5분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북극곰은 추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산책을 하는 것처럼 바다 얼음 위를 유유히 거닌다. 심지어 일 년 내내 극지방을 떠나지 않기 때문에 북극곰 서식지 범위가 북극권(Arctic circle)을 정의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북극곰은 북극의 추위를 어떻게 버티는 걸까?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이 질문은 그리 세련되지는 않아 보인다. 해양생물학자 실비아 얼(Sylvia Earle)은 북극곰의 생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인간에게 북극은 극도로 척박한 곳이지만, 그곳의 환경은 북극곰이 생존하고 번성하는 데 꼭 필요한 조건이다. 우리에게 ‘혹독한’ 환경은 그들에게는 ‘집’과 같다.”
북극곰은 약 40만 년 전 불곰과 갈라져 독자적인 종으로 자리 잡았다. 이 시기는 지난 50만 년 동안 가장 길었던 간빙기로, 무려 5만년간 따뜻한 기후가 이어지면서 그린란드 빙상이 크게 줄어들었으며 그린란드 남부 지역은 오늘날 상상하기 힘든 침엽수 숲이 우거졌다. 그 틈을 타고 북극곰의 조상은 이전까지는 살 수 없었던 북위 지역까지 진출했고, 이후 시간이 지나 기후가 추워지는 동안 북극에 남아 홀로 얼음 환경에 적응한 거대 육상 포유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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