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13일은 히끄와 함께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온 지 3년째 되던 날이었다. 1980년대에 지어진 농가 주택으로 평범하게 생긴 집이지만, 이 집은 나에게 많은 의미가 있는 곳이다. 가족을 떠나 독립한 나만의 첫 집이자, 안정적인 수입이 나오는 첫 일터이기 때문이다. 이 집이 구해지지 않았더라면 제주도에서 살지 못하고 육지로 돌아갔을 것이다. 무엇보다 집을 구하게 된 날은 히끄를 키워야겠다고 결심한 날이기도 해서 우리에게는 기념일이다.
3년 전, 6개월 동안 사료를 챙겨주던 길고양이 히끄가 20일이나 행방불명 됐었다. 매일 밥 먹으러 오던 애가 발길을 끊어서 처음에는 ‘누가 냥줍했을까?’ 생각했다. 그러다가 1주, 2주가 지나도록 안 보이자 사고를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까지 들었다. 다행히 실종 3주가 되던 날에 뒷발이 다친 채 히끄가 거지꼴로 나타났다. 뒷발의 발톱이 하나 빠져 피가 흐르는 채로. 그렇게 갑작스러운 동거가 시작됐다. 동거의 이유는 발의 상처를 치료하고 나을 때까지 임시 보호하는 거였다. 내 예상과는 다르게 일이 전개됐지만 말이다.
히끄의 뒷발이 다 나아서 거취를 결정해야할 때, 선뜻 내가 키우겠다고 말을 못 한 가장 큰 이유는 불안정한 나의 형편 때문이었다. 히끄를 임시 보호할 때는 게스트하우스 스태프 시절이라 수입이 적었고, 다락방에 얹혀사는 처지였다.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어서 집을 구하는 중이었지만 제주도 땅값이 한창 올라가던 시기라서 예산에 맞는 집을 못 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도와준다. 그래서 꿈이 이루어진다” 는 그분의 말처럼 히끄가 나와 함께 살고 싶어서 집을 구할 수 있게 마법을 부린 것 같다.
제주도에 배낭 하나 짊어지고 왔는데 몇 년 뒤, 이 집을 떠날 때면 포장 이사를 불러야 할 정도로 살림이 많이 늘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리모델링 업체를 잘 만나서 힘든 공사도 아니었지만, 아무 것도 없는 빈 집에서 덩그러니 히끄와 나밖에 없었던 그때는 더럽고 냄새나고 무섭던 이 집에서 지내는 거 자체가 고통이었다. 그리고 앞날에 대해 두렵고 불안한 마음을 히끄한테 들킬까 봐, 내가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지 못해서 미안했다. 그때마다 히끄는 오히려 낯선 이 집에서 적응을 잘 해주어서 힘든 상황이었지만 덕분에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제주도 오기 전에 경제 활동을 한 게 아니어서 모아놓은 돈은 없었지만,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2년 넘게 스태프로 지냈던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은 내가 인생의 방향을 못 잡을 때마다 손을 잡아주었다. 제주도에서 우연히 알게 된 집주인은 젊었을 때부터 고생을 많이 해서 그때 누군가가 자신을 이끌어줬었다면 더 재미있게 살았을 거라며 이 집을 계약할 때 세입자인 나에게 유리한 조건의 계약을 해줬다. 내가 지금 행복한 건 이런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기 때문이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이런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글·사진 이신아 히끄아부지 ‘히끄네집’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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