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수 3관왕’이 ‘타격 3관왕’을 이겼다.
더스틴 니퍼트(36·두산)는 14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6 케이비오리그 시상식에서 최형우(33·삼성)를 제치고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외국인 선수가 최우수선수에 선정된 것은 타이론 우즈(OB·1999년), 다니엘 리오스(두산·2007년), 에릭 테임즈(NC·2015년)에 이어 4번째다. 수상자보단 ‘점수’에 더 관심이 집중됐던 신인상은 압도적인 점수차로 신재영(27·넥센)이 차지했다.
투표는 지난 10월13일 한국야구기자협회에 등록된 28개 회원사 기자들을 상대로 정규시즌 성적만을 놓고 진행됐고 이날 그 결과가 발표됐다. 올해부턴 선수 성적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위해 최우수선수와 신인상 투표 결과 산정 방식이 과거 다수결에서 점수제로 변경됐다.
총 642점을 얻어 최우수선수에 선정된 니퍼트는 올해 28경기에 나와 22승3패, 평균자책점 2.95를 기록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다승, 평균자책점, 승률(0.880)에서 투수 부문 3관왕을 차지했다. 니퍼트는 수년간 이어져온 프로야구의 ‘타고투저’ 현상에서도 올해 유일한 2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또한 ‘판타스틱 4’라고 불린 두산의 막강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아 두산의 올 시즌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무대에 오른 니퍼트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솔직히 믿기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팀원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매 순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특히 포수인 양의지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했다. 이어 눈물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는 “팀원들을 향한 감사의 눈물”이라고 했다.


총 530점을 받은 최형우는 아쉽게 최우수선수에 선정되지 못했지만 올 시즌 리그 최고 타자다운 면모를 보였다. 타율 0.376에 31홈런, 195안타, 144타점으로 타격, 최다안타, 최다타점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출루율(0.463)과 장타율(0.651)도 2위를 차지해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에서 고른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2011년부터 5년 연속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던 소속팀 삼성이 올해 9위에 그친 점이 아쉬웠다. 최형우는 “마지막 10경기 남겨놓고는 기록을 의식해 경기가 끝나면 (개인순위를 확인하려고) 매번 핸드폰을 확인했다. 이왕 하나 받는 것보다 2개, 3개를 받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웃어 보였다.
453점(총 465점)을 획득해 압도적인 표 차이로 신인상을 수상한 신재영은 무대에 올라 소감을 밝히며 눈물을 훔쳤다. 신재영은 올해 15승7패, 평균자책점 3.90으로 깜짝 활약하며 꼴찌 후보였던 넥센을 정규리그 3위에 올려놓았다. 신재영은 2012년에 프로에 데뷔한 5년차 중고신인. 경찰청 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코치진의 눈에 들어 선발 기회를 잡은 신재영은 올해 데뷔전부터 내리 4연승을 기록하며 넥센의 올 시즌 최고 히트상품으로 거듭났다.
신재영은 “나이가 있는데 이런 상을 받아 쑥스럽다”면서도 시상식장을 찾아 아들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던 어머니를 향해서 “어렸을 때부터 저 때문에 항상 고생하셨는데 너무 죄송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야구선수가 되겠다”며 말을 겨우 맺었다.
권승록 기자 ro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