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생마’ 김치우(FC서울)가 허정무호를 극적으로 구했다. 후반 교체 투입이 절묘했고, 프리킥 능력이 나무랄 데 없었다. 승점 3을 추가한 남쪽은 조 선두로 올라섰다.
허정무 감독의 한국 축구대표팀은 1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북한과의 경기에서 후반 33분 투입된 김치우의 프리킥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3승2무(승점 11)로 조 선두로 치고 나왔고, 북한은 3승1무2패(승점 10)로 2위로 내려섰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남북한전 월드컵 3차 예선 두 차례 무승부, 최종예선 1차 대결 무승부(1-1) 균형은 깨졌다. 역대 남북한 전적은 한국의 6승7무1패.
경기는 남의 파상공세를 북이 막아내는 양상이었다. 북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홍영조의 기습 중거리슛으로 남쪽 선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총알처럼 날아온 공에 이운재는 펀칭을 하고서도 긴장을 풀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남쪽의 공격이 거셌다. 북이 수비에 8, 공격에 2 정도의 전력을 배분하는 극단적인 수비 플레이 때문이었다.
남은 북의 밀집수비를 뚫기 위해 중앙보다는 측면을 파고들었고, 최전방 박주영(AS모나코)의 머리를 활용한 고공 플레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기성용(FC서울) 등 미드필더의 중거리슛으로 활로를 노렸다. 그러나 체력적으로 강인하고, 오랜기간 호흡을 맞춘 북의 수비 조직력을 무너뜨리기는 쉽지 않았다. 전담 키커 기성용의 프리킥은 정밀도가 떨어져 수비벽에 걸리거나 골문과 조금씩 오차를 벌리며 휘었다. 박주영의 헤딩슛과 박지성의 슬라이딩 슛도 벗어나거나 북의 문지기 리명국에게 걸렸다.

후반 초반 북의 역공이 매서웠다. 측면에서 올라온 공을 골지역 정면의 정대세(가와사키)가 그대로 머리로 돌렸고, 공은 빠르게 왼쪽 골망 구석을 향했다. ‘거미손’ 이운재가 동물적인 반사신경으로 쳐내지 못했다면 골을 헌납할 뻔했다. 이후 남은 박주영과 이근호 투톱의 조합을 살려 여러 차례 골망을 노렸지만, 그때마다 슈팅을 문지기 정면에 안기면서 골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이근호와 교체된 김치우가 해결사로 나섰다. 왼쪽 수비부터 미드필더, 공격까지 멀티능력을 갖춘 김치우. 그는 후반 42분 상대 벌칙구역 오른쪽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왼발로 감아찬 공은 밀집한 북한 수비수의 키를 넘기면서 골망 안으로 향했고, 철벽을 자랑하던 리명국도 손을 쓰지 못하고 골라인을 넘은 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김치우는 28일 이라크와의 친선경기 때도 절정의 몸상태로 2-1 역전 기회를 만드는 등 대표팀의 새로운 중심으로 뜨고 있다.
한국은 6월6일 아랍에미리트연합과 원정 6차전을 벌이고, 북은 같은 날 평양에서 이란과 7차전을 벌인다. 남북 모두 조 선두권이어서 동반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은 여전하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