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9분 골 가뭄을 한 방에 해갈했던 곽태휘(27.전남 드래곤즈)가 허정무호(號)의 '확실한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곽태휘는 17일 중국 충칭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08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개막전 중국과 숨막힌 일전에서 후반 인저리타임 환상적인 오른발 논스톱슛으로 만리장성을 허물어트린 결승골을 뽑아냈다.

곽태휘의 한 방에 중국 축구는 30년 간 시달려온 공한증(恐韓症)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실감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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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무승부에 만족하려 했던 스탠드의 광적인 중국 축구 팬 치우미(球迷)들은 곽태휘의 결정타에 숨을 죽이고 말았다.

곽태휘는 지난 6일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투르크메니스탄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1차전에서도 단연 영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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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설기현(풀럼) 등 쟁쟁한 프리미어리거들이 미처 뚫지 못하고 있던 골문을 돌고래 점프 헤딩슛으로 뚫어내며 4-0 대승의 신호탄을 쏘았던 그다.

작년 7월18일 아시안컵 인도네시아전 전반 34분 김정우의 골 이후 무려 7개월에 걸쳐 549분이나 골 가뭄에 허덕이고 있던 축구대표팀에 단비를 내려준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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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날 중국전은 후반 막판에 유난히 강한 면모를 보이는 '골넣는 수비수' 곽태휘의 진가를 보여준 한 판이었다.

작년 11월25일 프로.아마를 통틀어 국내 축구 최고봉을 가리는 FA컵 축구 결승 단판승부.

대표팀을 맡기 전 허정무 감독이 이끌던 전남에 있던 곽태휘는 후반 42분 팽팽하던 2-2 승부를 짜릿한 역전승으로 만들어낸 팀의 세 번째 골을 뽑아 '파리아스 매직'으로 돌풍을 일으키던 포항 스틸러스를 침몰시켰다.

전남의 FA컵 2연패를 일궈낸 곽태휘의 해결 능력은 수비수이던 그를 허정무호의 순간적인 공격 병기로 변신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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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칠레전에서 뒤늦게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곽태휘는 포백(4-back)에선 중앙 수비수, 스리백(3-back) 전형에선 오른쪽 수비수를 맡아보면서 A매치 3경기 출전에 두 골을 터트리는 고감도 결정력을 뽐냈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 후반 42분 중국 수비수와 경합 끝에 터트린 헤딩골이 심판의 파울 선언에 노골로 선언되면서 자칫 낙심할 수도 있었던 곽태휘는 기어이 골을 만들어 내고야 말겠다는 뚝심과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극적인 결승골을 뿜어내 프로와 대표팀 은사인 허정무 감독에게 선물했다.

곽태휘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역전을 당한 뒤 중국이 수비 위주로 경기를 풀어가길래 수비 지역에 남지 않고 전방으로 나서야겠다는 판단을 했다. 슈팅에는 항상 자신이 있었는데 그 정도로 잘 맞을 줄은 몰랐다. 타이밍이 정말 잘 맞았다"며 득점 당시를 설명했다.

이제 A매치에 세번째로 나서 대표팀의 두 경기 연속 결승골 주인공이 된 그는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다짐으로 뛰고 있다. 허 감독님이 좀 더 자신감을 갖고 뛰라고 조언을 해줘 힘을 많이 얻는다. 궁합도 잘 맞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 (충칭<중국>=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