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한증(恐韓症)'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이 한국과 남자 축구대표팀 간 맞대결에서 지난 30년 간 단 한 차례도 못 이겨(11무15패) 생긴 말이다.
하지만 여자 축구에선 처지가 반대다. 태극낭자들은 '만리장성' 중국과 맞대결에서 18전 1승17패로 절대 열세다.
안익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대표팀이 18일 오후 8시30분(이하 한국시간) 중국 충칭의 영천스포츠센터에서 중국과 2008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1차전을 치른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동아시아 대회에서 여자 경기는 2005년 8월 한국이 개최한 제2회 대회부터 치러졌다.
당시 한국은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중국을 2-0으로 격파하고 북한마저 1-0으로 제압한 뒤 일본과 0-0으로 비기면서 2승1무의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에서 한국은 25위로 이번 대회 참가국 중 가장 낮다. 북한이 6위, 일본이 11위, 중국이 13위다.
일단 첫 상대인 중국부터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
한국은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중국과 격돌해 0-8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 앞에서는 한 없이 작아졌다. 18차례 맞붙어 중국을 꺾은 것은 2005년 동아시아대회 우승을 차지했을 때 뿐이다.
이전까지 14전 전패, 그리고 2005년 중국을 처음 격파한 뒤로도 3전 전패를 당했다.
1991년 6월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0-10으로 참패하는 등 지독한 '공중증(恐中症)'에 시달렸다.
2차전 상대인 일본과도 1승7무11패, 그리고 남북대결에서도 1승1무7패로 크게 뒤진다.
게다가 팀 사정도 좋지 않다.
이번 대표팀 20명에는 2005년 우승 당시 활약했던 박은선(서울시청)을 비롯해 실업 강호 현대제철의 김결실이나 진숙희, 이계림, 김주희, 신순남 등 주축 선수들이 빠졌다.
안 감독은 지난해 12월 새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지난달 13일부터 보름간 1차 훈련을 했고, 3일부터 열흘 동안 2차 훈련까지 마치며 조직력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1차 훈련 소집에 응하지 않았던 기존 대표 선수들은 대거 탈락시켰다.
14일 영천에 도착해 마무리 훈련을 지휘해 온 안 감독은 "당장 성적을 기대하기보다는 한국 여자축구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키워가는 과정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안 감독은 더욱 힘들다는 첫 경기에서 홈팀 중국과 만나게 된 것에 대해서는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 어차피 붙어야 할 팀"이라며 그 동안 준비한 대로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 (충칭=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