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북-일 4개국 비교
한-중-북-일 4개국 비교

허정무(한국) 김정훈(북한) 오카다 다케시(일본) 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중국)…. 4명의 ‘장수’가 동북아 축구 최강을 겨루는 ‘사국지’에서 만난다. 17~24일 중국 충칭(중경)에서 열리는 제3회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는 4개국간 특수관계로 여러모로 관심을 모은다.

■ 한-중 개막전, ‘공한증’은 이어질까=한국과 중국은 17일(오후 4시30분·이하 한국시각) 충칭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개막전을 벌인다. 중국은 공한증(恐韓症)을 타파할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중국은 1978년 12월 방콕 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과 A매치 첫 대결을 벌여 0-1로 진 뒤 2005년 7월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1-1 무승부까지 모두 26번 맞붙어 11무15패로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한국축구는 중국에 공포의 대상이었다.

세르비아 출신으로 지난해 7월 중국대표팀을 맡은 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53) 감독도 이런 점을 의식해 이번 대회 목표를 ‘우승과 함께 공한증 타파’로 잡았다고 중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 때문에 개막전 때는 5만8천여명을 수용하는 경기장은 ‘짜요~’(파이팅) 소리로 진동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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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난해 7월 아시안컵 본선에서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하자 국내파 감독을 경질하고, 2005년 다롄 스더를 중국프로축구(C리그)와 컵대회 우승 등 2관왕으로 이끈 페트로비치를 영입했다. 페트로비치는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이라크와의 첫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 남-북전은 ‘월드컵 예선 전초전’=20일(오후 9시45분) 열리는 남북경기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 아시아 3차 예선 3조에 나란히 속한 두팀은 3월26일 평양 격돌을 앞두고 있다. 허정무호는 6일 투르크메니스탄과 안방 1차전에서 4-0 대승을 거뒀고, 김정훈 감독이 이끄는 북한은 요르단 원정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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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호’는 북쪽 최강클럽 4.25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데, 일본 J리그에서 뛰고 있는 정대세(가와사키)와 양용기(센다이), K리그 수원 삼성의 안영학이 가세하는 등 막강전력을 갖추고 있어 허정무호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 한-일전 ‘국내파 감독 자존심 대결’=국내파로 사령탑을 바꾼 한국과 일본은 대회 마지막날인 23일(오후 7시15분) 격돌한다. 일본은 지난해 11월 해외파 오심 감독이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오카다 다케시 감독을 내세웠다. 1997년, 프랑스월드컵 본선 탈락위기에 몰린 일본대표팀을 떠맡아 사상 첫 본선진출을 이룬 공적이 있어 일본 내 신임이 두텁다. 허정무 감독은 7년 만에 국내파 사령탑으로 한국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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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두팀 모두 핵심스타들이 빠져 ‘진검승부’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일본도 국내파로만 팀을 꾸렸는데, 다카하라 나오히로(우라와 레즈) 마키 세이치로(지바) 오쿠보 요시토(고베) 등 오카다호 출범 뒤 3경기에서 모두 선발출전했던 공격수들이 부상 등으로 빠졌다. 한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은 역대 일본과의 A매치에서 38승19무12패로 앞서 있지만, 2003년 5월31일 1-0으로 이긴 뒤로는 3경기에서 2무1패로 다소 밀리고 있다.


지난 2회 대회때는 한국 2무1패 ‘꼴찌’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는 2003년 창설돼 2년마다 열린다. 동아시아축구연맹(EAFF)이 주최하며,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두나라 축구협회가 아랍세가 쥐락펴락하는 아시아축구연맹(회장 모하메드 빈 함맘·AFC) 견제 목적으로 창설했다.

이번 3회 대회는 지난해 열렸어야 하나, 7월 아시안컵 본선 때문에 연기됐다. 동아시아축구연맹에는 남북한 중국 일본을 비롯해, 대만 홍콩 마카오 몽골 괌 등 9개국이 정회원국이다. 이번 3회 대회까지 한-일월드컵 본선에 오른 한-중-일 3개국에 자동출전권을 주기로 했다. 나머지 팀들이 예선을 벌여 한자리를 차지하는 방식이었다. 본선에서는 4팀이 풀리그를 벌여 챔피언을 가린다.

1회 대회 때는 움베르트 코엘류 감독의 한국이 2승1무로 우승했다. 2회 대회는 중국이 1승2무로 챔피언에 올랐고, 조 본프레레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2무1패 꼴찌로 추락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