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아침. 최영준 제주 유나이티드 코치가 터키 안탈리아 아카디아호텔 식당에 모인 선수들에게 “(이)상호가 국가대표가 됐다. 박수 쳐주자”고 말했다. 2004년 부천 에스케이(SK)에 연봉 1200만원짜리 연습생으로 들어온 그가 생애 첫 국가대표가 된 것을 모두들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왼쪽풀백과 중앙수비를 두루 보는 이상호(27)를 두고 최 코치는 “저돌성을 갖췄다”고 칭찬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상호 앞에선 상대가 드리블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상호는 11일 대표팀 훈련도중 발목을 다친 김치우(전남 드래곤즈)를 대신해 동아시아연맹축구선수권(17~23일·중국 충칭) 대표팀에 추가로 발탁됐다.
그러나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선 “국가대표가 부쩍 많아졌다” “너무 우리 팀에서 많이 뽑히네”란 걱정스런 소리도 나왔다. 정해성 대표팀 수석코치가 지난해까지 감독으로 있던 제주 유나이티드와 허정무 대표팀 감독이 지난해까지 지휘한 전남 드래곤즈 소속 선수들의 국가대표 발탁이 많아진 탓이다. ‘제 식구 챙기기’가 아니냐는 시선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국가대표를 한명도 배출하지 못한 제주는 정 코치가 대표팀에 들어간 이후 올림픽대표팀에도 뽑히지 않았으나 청소년대표에서 국가대표로 ‘월반’한 19살 구자철과 이동식(부상으로 10일 제외)·조진수·이상호·조용형 등 무려 5명을 ‘허정무호’에 들여보냈다. 허정무 감독이 가르쳤던 김치우·곽태휘·염동균 등 전남 선수들도 태극마크를 달았다. 대표팀 3분의 1에 가까운 선수가 두 팀에 쏠려 있다. 대표팀은 터키에 있는 이상호를 추가 발탁하면서 제주 코칭스태프와 직접 통화를 나눠 몸상태를 사전 점검하는데도 소홀했다. 단수여권을 가진 이상호는 13일 귀국하는 대로 여권갱신 등 절차를 서둘러 밟아야 한다.
13일 중국으로 떠나는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가족 챙기기’란 불편한 시선을 거두기 위해선 새로 뽑힌 이들이 그간 외면받아온 저평가된 우량주였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 동아시아선수권은 그 무대가 될 것이다.
안탈리아/송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