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제8구단 창단을 추진중인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와 현대 유니콘스 선수단이 설 연휴기간 벌였던 힘겨루기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중재를 맡고 있는 하일성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은 10일 경기도 고양시 원당구장을 찾아 훈련 중인 현대 선수단과 만났다. 연휴 첫날이던 지난 6일 김동수, 전준호, 정민태, 이숭용 등 고참 선수 4명과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회동한 이후 두 번째다.
하 총장은 이날 이숭용과 정민태와 만나 전날 이장석 센테니얼 대표이사와 나눈 이야기를 전하면서 창단 작업에 협조하고 조속한 시일 내 제주도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달라고 주문했다.
일단 고용 승계 여부에 대해 양측은 한발씩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
하 총장은 "신생구단이 새로운 수익 모델로 흑자를 내겠다고 밝힌 이상 선수 구성이 어느 사안보다 중요하다. 선수단을 함부로 손대지 않을 것이라는 이 대표의 생각을 그대로 선수단에 전했다"고 말했다.
현대 관계자도 "선수단은 100% 승계는 어차피 힘들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혀 고용 승계 문제는 더 이상 확전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센테니얼의 실체가 여전히 불씨로 남아 훈련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전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선수단은 "고용 문제는 그렇다 하더라도 센테니얼의 정확한 실체에 대해 알고 싶다. 구단을 인수해 창단하려면 가입금 120억원을 조속히 KBO에 납부하면 그만일 텐데 가입금을 언제 낼지 명확하지 않은데다 그것도 완납이 아닌 분납할 것이라고 하는 등 구체적인 스케줄이 없다"며 불투명한 일처리에 의구심을 표시했다.
현대 선수단은 이날 4시 훈련이 끝난뒤 저녁 8시까지 마라톤 미팅을 벌였으나 뚜렷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정민태는 "하 총장님이 말씀해 주신 사안을 두고 동료와 열띤 논의를 거쳤으나 해답을 얻은 것은 아니다"면서 "100% 고용 승계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도 잘 안다. 다만 우리가 완벽하게 믿을 수 있도록 센테니얼측이 책임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센테니얼이 KT처럼 실체가 있는 회사도 아니고 무엇하나 확실치 않은 상황인데 그들은 구조조정만 언급하고 있다. 가뜩이나 선수들이 불안한 마당에 걱정이 더 늘었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 데는 일을 투명하게 처리하지 못한 센테니얼 측의 책임이 크다"면서 상식적으로 납득할 만한 수준의 조치가 이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범준 센테니얼 홍보팀장은 연합뉴스와 전화에서 "좀 더 시간을 달라"며 조만간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는 대로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창단을 위해 모두가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정말 열심히 뛰고 있다. 창단, 스폰서 계약, 수익모델 창출 등과 관련된 미팅만 하루에 10차례 이상이 돼 이 대표나 박노준 단장이 바쁘게 움직인다. 지난 6일 원당구장을 찾아 선수단에도 결과물이 나오면 투명하게 논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구단 운영 방식 등 정확한 실체를 밝혀달라는 선수단의 주문에 대해 정 팀장은 "선수들이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하는 권리는 충분히 이해하나 어느 '빅 딜'에서도 세세한 사안까지 다 알려주는 경우는 없다"면서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달 30일 제8구단 창단 조인식이 끝난 뒤 주말과 연휴를 빼면 우리가 공식적으로 움직인 시간은 고작 사흘 뿐이다. 좀 더 시간을 주면 메인 스폰서 문제 등을 투명하게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편 최악의 경우 창단이 무산될 수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정 팀장은 "이장석 대표가 '열심히 뛰고 있는데 왜 그런 보도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