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기면 준플레이오프 상대가 포항 스틸러스인데 어떠시냐?”고 물었다. 김정남 울산 현대 감독은 “차라리 성남전을 말씀드릴까요?”라고 되받았다. 정규리그 1위 성남은 이미 챔피언 결정전에 올라 있다. 플레이오프는 거기까지 가는 과정일 뿐이라는 얘기다. 김호 대전 시티즌 감독은 “여기까지 왔으니 욕심 좀 부려야겠다. 일주일간 준비를 잘 했다. 울산이 강해도 두렵거나 그런 건 없다”고 했다. 1960~70년대 국가대표 수비수로 호흡을 맞춘 40년 친구들의 대결.

전반 39분. 늘 조심조심 돌다리를 두들기며 가는 김정남 감독의 얼굴에 웃음이 감돌았다. 김영삼이 아크 오른쪽에서 띄워주자 문전에 있던 이상호(20)가 헤딩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울산 막내 이상호는 1m72인 단신. 그는 “키가 작으니깐 공이 올 곳을 예상하고 그곳으로 뛰어다니니까 공이 오던데요. 경기 전에 헤딩골로 팀 형들한테 한 골 넣겠다고 했는데 그렇게 됐다”며 익살스런 표정을 지었다.

20살 청소년대표 출신인 그는 시리아와 2008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4차전에서 90분을 다 뛰고 지난 19일 한국에 도착했다. 울산은 이상호·오장은 등 올림픽대표들을 이 경기에 출전시키려고 구단 차원에서 특별히 비즈니스 클래스를 따로 마련해준 뒤, 공항에서 선수들을 ‘픽업’해 울산으로 데려오는 수송작전을 폈다. 경기 전날 훈련에 합류한 이상호는 무리한 이동으로 인한 피곤이 몸을 짓눌렀을텐데도 결승골로 감독 기대에 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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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21일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6강 플레이오프 대전과의 경기에서 후반 24분 수비수 박동혁의 헤딩 쐐기골까지 묶어 2-0으로 이겼다. K리그 최종전에서 6위를 차지해 기적같은 6강행을 이뤄낸 대전은 전세버스 20대를 타고온 서포터들의 응원을 받았으나, 여기서 돌풍을 멈췄다.

김호 감독은 “전술이해력과 수비하는 방법 등이 좋아졌다. 내년엔 중앙수비수, 고종수와 호흡을 맞출 선수, 국내공격수 영입을 고려하고 있다”며 다음 시즌을 기약했다. 이로써 울산은 전날 경남FC를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이긴 포항 스틸러스와 28일 안방에서 만난다. 단판승부인 준플레이오프에서 이긴 승자는 31일 리그 2위 수원 삼성과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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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후반 34분께 울산 수문장 김영광이 대전 서포터가 운동장으로 투척한 물통을 집어 다시 관중석으로 되던지자, 흥분한 대전팬들이 물통을 여러개 운동장으로 던져 경기가 6분간 중단되기도 했다. 이 일로 퇴장당해 향후 2경기에 못 나오는 김영광은 “많이 흥분했다.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눈물을 흘렸다.

울산/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21일 전적>

울산 현대 2-0 대전 시티즌 △골=이상호(전39분) 박동혁(후24분·이상 울산)

<20일 전적>

경남FC 1-1 포항 스틸러스(승부차기 4-3) △골=이광재(후23분·포항) 까보레(후41분·경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