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터와 삼겹살 파티 대전 김호 감독
서포터와 삼겹살 파티 대전 김호 감독

창단 10년 만에 첫 PO진출 쾌거 통산 200승 도전

“축하전화가 많이 오네요. 팀 창단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

김호 감독이 술잔을 들라치면, 두 살 손자 사진이 담긴 그의 휴대폰이 또 울렸다. 그의 손등 피부는 심하게 벗겨져 있었다. “그동안 스트레스가 많았던 탓”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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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집엔 대전 시티즌 서포터들도 함께 있었다. 한 서포터는 “수원 삼성을 1-0으로 누르고 6강행이 결정됐을 때 펑펑 울었다. 가을잔치에 초대되다니, 올해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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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을 아버지처럼 생각하는 수원 서포터도 술자리에 왔다. 그들은 18일 맞는 김 감독의 62번째 생일을 위해 케이크 초에 불을 붙였다. 뒤늦게 양홍규 대전 정무부시장도 왔다. 그는 “기적”이라고 했다.

대전이 극적으로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은 14일 밤, 김 감독은 벌건 얼굴로 “수원에서 우승할 때보다 더 좋다. 가난한 구단에서 저평가된 선수들을 데리고 이렇게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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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지난 7월 전임 코칭스태프가 폭행사건으로 물러난 대전을 떠안았다. 당시 성적은 승점 13점으로 하위권. 김 감독은 여기에 승점 24점(8승)을 더해 기어코 6위까지 끌어올렸다.

그가 13경기를 하는 동안 무승부는 1번도 없었다. 그는 “잠그면 재미가 없다. 지더라도 공격을 하라고 했다. 만약 수원하고도 비겼다면 이놈들 휴가도 안보내려고 했다”며 웃었다. 꽁꽁 닫았던 팀이 갑자기 강하게 압박하며 공격을 해오니 상대 팀들은 “어? 어?”하다가 2골, 3골을 얻어맞았다.

그는 패배감에 젖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는 것부터 시작했다. “부임하자마자 2주간 강원도 청평으로 훈련가서 대부분 시간을 정신교육을 했다.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지, 그게 어떤 기분인지 느껴보자고 했다.” 그는 “훈련 땐 이것저것 많이 지적하며 혹독하게 했다. 준비는 철저하게 했다. 그런 뒤 운동장에선 선수들을 믿었다”고 했다. 그 덕에 박도현 이성운 나광현 등 무명 선수들이 팀의 주축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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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차범근 수원 감독이 내친 뒤 방황했던 고종수도 90분을 다 뛰는 선수로 재기시켰다. “종수는 뭘 강제적으로 시키면 잘 안하는 스타일이다. 스스로 하게 시간을 주고 기다려야 하는 선수다.”

김 감독은 “내년 2월에 대전 초중고·대학 등이 모두 참여하는 스토브리그를 열 생각”이라고 했다. 대전을 ‘축구특별시’로 만들겠다는 얘기다. 그는 “어리고 묻혀있던 선수들을 잘 키워 중상위권 강팀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오늘 기록 3개를 세웠어요. 창단 첫 5연승, 첫 플레이오프 진출. 그리고 나, 김호 196승(감독통산 최고 승수). 챔피언결정전까지 오르면 200승을 꽉 채우는 거 아니요?” 내친 김에 우승까지 도전해보겠다는 ‘노감독’의 팀에 대전시는 5000만원 보너스를 주기로 했다.

대전/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대전서포터 프리스타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