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이래서 드라마 아닙니까?”
그러곤 백발이 성성한 김호(62) 대전 시티즌 감독은 “허, 허, 허” 크게 웃었다. 관중들은 “김호! 김호!”를 외쳤다. 그는 “아주 행복한 날”이라고 했다. 선수들은 서포터 앞까지 달려가 미끄러지는 ‘쇼’를 펼쳤다.
대전은 14일 안방에서 안정환 이관우 등을 출전시켜 정규리그 우승을 노리던 수원 삼성을 만났다. 수원팬들은 전세버스 23대를 타고와 대전을 압박했다. 경기 전까지 7위였던 ‘가난한 시민구단’ 대전은 후반 15분 슈바의 결승골로 ‘부잣집’ 수원을 1-0으로 꺾어 창단 첫 5연승을 거뒀다. 그러나 수원을 이겼다고 6강행을 이룰 순 없었다. 그런데 6강행을 눈앞에 뒀던 FC서울이 대구에 0-1로 졌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대전은 서울과 승점이 같았으나 다득점에서 앞서 6위로 극적인 6강행을 성공시켰다. 김 감독은 “(처음 말한 목표에) 너무 빨리 와서 당혹스럽다”고 했다. 지난 7월 하위권 대전을 맡았을 때 6강 목표를 말했으나, 3개월 만에 이룰 지는 몰랐다는 것이다. 그는 “연습은 혹독하게 했고, 선수들을 믿었다”고 했다. 부임 후 무승부가 없는 그는 “난 비기는 게 싫다. 지더라고 다양한 공격패턴으로 나가니 상대들이 당황했던 것 같다”고 했다.
수문장 최은성은 “감독님이 오셔서 자신감을 넣어준 게 힘이 됐다. 선수들도 2연승, 3연승을 하니 욕심이 생기더라”고 했다. 김 감독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겠다”고 했다. 6강 티켓이 공수표가 되지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으로 들렸다. ?6S대전/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