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대전 시티즌을 창단 후 처음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시킨 김호(63) 감독은 "이래서 스포츠가 드라마가 아니겠느냐"며 환하게 웃었다.
김 감독은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2007 삼성 하우젠 K-리그 최종 라운드에서 1-0으로 승리하며 6위로 기적처럼 6강 플레이오프에 턱걸이 한 뒤 인터뷰에서 "스포츠는 시나리오 없는 드라마다. 아주 행복한 날"이라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대전은 이날 수원을 꺾었어도 자력으로는 6강에 오를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5위 FC서울이 대구FC에 덜미를 잡혀 6강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김 감독에게 이날은 1993년 '도하의 기적' 만큼이나 오래 기억될 듯 싶다.
한국축구는 1994년 미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북한을 3-0으로 꺾었지만 승점 경쟁에서 일본에 밀려 본선행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같은 시각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일본-이라크전이 2-2로 끝나면서 드라마같이 본선 티켓을 확보했다.
당시 대표팀 사령탑이 김 감독이었다.
지난 7월 부임 당시 10까지 처져 있던 대전을 6강까지 올려 놓은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집중력을 갖게 하고 자신의 기량을 최대한 끌어내 팀에 맞추는데 주력한 것이 원동력이었다"고 밝혔다.
수원전까지 창단 후 첫 5연승 포함, 대전은 김 감독 부임 이후 8승5패의 호성적을 거뒀다.
김 감독은 전통의 강호 울산 현대와 6강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된 데 대해서는 "좀 더 조직력을 다듬어야 한다. 선수들의 큰 경기 경험이 적은 것이 아쉽지만 잘 준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욕심은 늘 우승하고 싶다"면서 "우리는 경기를 치르면 치를 수록 발전하고 있다. 6강에 오른 만큼 우리가 가진 것을 모두 발휘해 우승까지도 도전하겠다"고 새로운 각오를 드러냈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 (대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