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의 축구오디세이 /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보면서, 세계 최고 프로리그라는 이곳에도 심판의 오심이 적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해봤습니다. 지난 8월, 첼시와 리버풀 경기에서는 중대한 오심이 나와 한바탕 논란이 됐습니다. 리버풀이 1-0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주심이 첼시에 페널티킥을 줬는데 논란이 일어 프리미어리그 심판위원회까지 나선 결과 오심으로 판정난 것입니다. 그 심판은 결국 다음 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고, 심판 스스로도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선수의 난동 등 불상사는 없었으며, 감독이나 선수나 거세게 항의는 하지만 결국 이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요즘 국내 그라운드는 심판판정에 불만을 품은 선수들의 거친 항의와 욕설, 심지어 서로 침뱉기, 중계카메라에 대고 욕하기 등 추태로 다시 얼룩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구단들은 나몰라라 하며 자체 징계는 커녕, 심판 탓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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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나이티드 구단이 4일, 최근 선수 난동과 관련해 공식발표한 사과문을 보면서 뒤늦은 감은 있지만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천 구단을 사랑하는 많은 팬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모든 것이 감독을 맡고 있는 본인 부덕의 소치입니다. 축구협회(FA)컵 결승과 정규리그 플레이오프진출을 앞두고 연이은 판정의 불이익을 받자 선수들이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프로선수로서 해서는 안될 행동을 한 선수를 자제시키지 못한 것은 감독의 책임입니다. 다시 한번 한국프로축구를 아끼고 사랑하는 팬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립니다.”

지난 3일 축구협회컵 4강전에서 인천 방승환이 레드카드를 받자 웃통을 벗어던지는 등 한바탕 난리를 피운 불상사에 대해, 구단이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어 ‘무기한 출장정지’와 ‘500만원 벌금’ 등 중징계를 내리고 감독 이름으로 팬들에게 사과를 한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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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도 인천 선수들의 추태가 있었습니다. 지난달 22일 경기에서 인천의 임중용은 수원 삼성 골잡이 에두와 몸싸움을 벌이다 서로 침을 뱉는 행태를 보였고, 에두가 임중용에게 침을 뱉는 장면이 경기장 대형전광판으로 거듭 상영되는 바람에 자극을 받은 관중이 이물질을 던져 그라운드는 난장판으로 변했습니다. 인천 전재호는 퇴장당하며 중계카메라에 대고 욕설까지 퍼부었습니다.

연이은 선수 난동으로 곤경에 빠진 인천이 사과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선수나 팀에는 치명적일 수 있는 무기한 출장정지처분까지 내리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다른 구단도 타산지석으로 새겨볼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수원 삼성 안정환이 2군 경기에서 자신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팬 때문에 흥분한 나머지 관중석에까지 들어가는 추태를 부려 본인은 사과했으나, 구단은 어떤 조처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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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도 사람인 만큼 오심은 언제나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부 구단의 주장대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선수들은 항의는 할지라도 일정선은 넘지 말아야 합니다. 그게 팬들의 사랑을 먹고사는 프로선수의 자세가 아닌가 합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