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불법이 아니라고 생각하십니까”(기자)

“그렇습니다. 전혀 불법이 아닙니다”(심재철 의원)

“오늘 조사에선 어떤 점을 강조할 계획인가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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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이 아니니까 불법이 아닌 부분을 말씀드리겠다”(심 의원)

국가재정정보분석시스템(OLAP·올랩)에서 미공개·미인가 예산자료 수백만건을 무단으로 열람·유출한 의혹을 받는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20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같은 당 강효상·박대출·최교일·추경호 의원과 동행한 심 의원은 미리 준비해 온 에이(A)4 한장짜리 ‘입장문’을 읽으며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대해 “누명을 씌웠다”, “신적폐다”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후 “불법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취재진과 짧은 문답을 마치고 조사실로 향했다. 다만,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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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이진수)는 앞서 지난 9월 기획재정부로부터 심 의원과 그의 보좌진 3명에 대한 고발장(정보통신망법 및 전자정부법 위반 혐의)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심 의원 보좌진이 사용한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압수해 분석하는 등 심 의원 쪽이 올랩에 접속한 구체적인 경로와 횟수, 접속 방법을 알아낸 경위를 규명하는데 수사력을 모아왔다.

검찰은 심 의원 쪽이 올랩의 ‘미인가 영역’에 접속한 지난 9월3∼12일 정부의 정보통신 설비 관련 설치·유지·보수업체 리스트 등 민감 정보를 포함한 수백만건의 비공개 자료가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검찰은 ‘고의적인 해킹’에 가깝다고 의심하고 있다. 미인가 예산정보에 접근하려면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로또 당첨’ 수준의 경우의 수를 뚫고 접속한 것을 ‘우연’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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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심 의원 쪽은 자료 확보 과정에 불법성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 의원은 또 자신을 고발한 기획재정부를 무고로 맞고소한 상태다.

검찰은 조만간 심 의원과 보좌진에 대한 기소 여부 등에 대해 결론을 내린다는 계획이다.

아래는 심 의원이 이날 읽은 입장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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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국민의 명령에 따라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정부의 잘못된 예산 사용을 감시하고 국민께 알렸다. 예산은 국민의 혈세다. 정부 여당은 정당 의정활동을 국가기밀 탈취와 누설이라는 누명을 씌워 국회의원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 국회의 정당한 예산감시 활동과 국민 알 권리를 공권력을 앞세워 막으려 하고 있다. 대한민국에는 성역이 없다. 제 보좌진들은 정부가 발급해 준 아이디로 국가예산회계 시스템에 정당히 접속해 국가기관의 잘못된 행위를 파악해 국민께 알렸다. 만약 제가 정부의 잘못을 보고도 눈 감는다면 그것이야말로 국회의원의 맡은 바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다. 책임을 통감해야 할 정부가 제 보좌진 고발한 지 단 하루 만에 저의 통신정보를 조회하고, 검사 배정이 되자마자 의원실 압수수색, 연이어서 의원실 전 직원과 의원 가족에 대한 통신정보 조회, 부총리가 민의의 전당에서 국회의원 겁박하고 의원 업무추진비 사찰한 정황은 가히 사찰공화국이라 할 것이다. 오늘은 내일의 역사가 된다. 문재인 정부의 오늘은 역사의 신적폐로 기록될 것이다. 국회의원 심재철은 국민이 부여한 책임과 역할을 다해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킬 것이다. 대의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 저는 공권력 앞세워 헌법의 기본 정신과 삼권분립 위반하고 대의민주주의 훼손하는 폭압에 절대 굴하지 않겠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