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에 이어 연세대에도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했다는 ‘워마드’ 글이 등장하면서 학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속적·상시적인 감시체계 구축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 게시판에 ‘연세대 몰카 후드남’, ‘연세대 서문 자취남 몰카 푼다’ 등 게시글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제출한 상태다. 게시물에 첨부된 사진과 내용은 회원들만 볼 수 있지만, 불법촬영물로 추정된다는 게 비대위 쪽 판단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총여학생회가 보유하고 있는 불법촬영 카메라 탐지기를 빌려서 조사해 왔지만, 학생회 차원의 대응은 역부족이어서 수사를 의뢰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세대 총여학생회는 불법촬영에 대한 불안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처음 탐지기 4대를 구매해 빌려주는 사업을 시행했다.
불법촬영 범죄와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서울대도 마찬가지다. 서울대는 13일 학내 남자화장실에 불법촬영물을 게시했다는 게시글과 관련해 워마드 이용자를 관악경찰서에 고발했다. 신재용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불법촬영 카메라 탐지 비용을 학생회 예산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며 “대학본부에서 탐지기를 사 주기적으로 점검을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서울대가 보유하고 있는 탐지기는 3대로 모두 문제가 불거진 뒤 구매됐다. 경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단순한 ‘렌즈 탐지기’는 20만원대지만, 불법촬영물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전파를 탐지해 수신기의 위치까지 알아내는 ‘전파 탐지기’는 한 대에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
동국대학교도 불법촬영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월, 2006년께 교내 화장실에서 찍힌 불법촬영 영상이 다시 음란물사이트 등에서 유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김정도 동국대 총학생회장은 “영상이 언제 어떻게 올라올지 예측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300개에 달하는 교내 화장실과 근처 가게들을 학생회에서 자체적으로 점검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서도 늘어나는 불법촬영 범죄를 상시로 점검하기는 쉽지 않다.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탓이다. 경찰청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일선 경찰서에 보급된 불법촬영 카메라 탐지기는 604개다. 지난해 6월께 186개를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계속해서 탐지기 구매를 늘린 결과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국 경찰서가 250개가 넘는 것을 고려하면 각 경찰서당 렌즈탐지기와 전파탐지기를 한 대씩 가지고 있는 정도”라며 “해당 사건을 맡는 여성청소년과 담당자도 경찰서 당 대부분 한 명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중화장실법상 바닥 면적이 3천㎡ 이상인 공중위생시설의 설치와 기준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지만, 불법촬영 카메라 설치 여부는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감시 체계가 촘촘하지 않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불법촬영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선 제도와 인식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정식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불법촬영 범죄는 빈도도 늘고 강도도 심해지고 있지만, 인력과 법제도 등 물리적 한계가 크다”고 짚었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대학·경찰·지자체의 치안 협력 패러다임 구축 등 물리적 여건은 물론, 불법촬영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는 교육 등 인식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