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수 대법원장은 1일 “요즈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재판 결과를 과도하게 비난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는 헌법정신과 법치주의의 이념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매우 걱정되는 행태”라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이일규 전 대법원장 서세 10주년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통해, “때로는 여론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가장해, 때로는 이른바 전관예우 논란을 이용해, 때로는 사법부의 주요 정책 추진과 연계해 재판의 독립을 흔들려는 시도들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직접적이고 직설적인 권력의 간섭이나 강압은 군사독재시대의 종국과 함께 자취를 감췄지만,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또는 그런 영향력이 있는 듯 가장하려는 시도들은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위축됨 없이, 법관이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재판하도록 사법부 독립을 수호하는 것이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숭고한 사명”이라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의 이런 언급은 최근 법원의 판결과 구속영장 기각 또는 구속적부심을 통한 석방 등 법원 결정에 대해 담당 판사와 법원을 강하게 비난하는 일각의 흐름에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법원장은 “(이 전 대법원장이) 사법부 독립과 민주화 요구의 흐름 속에 제10대 대법원장에 취임한 이후 법원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간섭을 배격하고, 적부심과 보석의 활용 확대 등 인권이 보장되는 재판제도를 위한 기본 틀을 다지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선생은 서슬 퍼런 군사정권 시절에 계엄포고령 위반 등의 시국사건 재판에서 두려움 없이 소수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또 “이 전 대법원장은 젊은 후배들에게 늘 자상했고 대등한 동료 법관으로 존중했다”며 “‘사법부 내부로부터 법관의 독립’이 개혁 과제의 하나로 논의되는 지금, 제도적 방안도 모색해야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동료 법관으로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법원장은 1973년부터 12년 넘게 대법원판사(현재의 대법관)로 재직하면서 시국·공안 사건에 대한 중형 선고에 10여 차례 소수의견을 내는 등 소신 있는 판결로 후배 법관들의 존경을 받아왔다. 특히 ‘사법살인’으로 불리는 등 사법 사상 가장 부끄러운 판결로 꼽히는 1975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상고심 재판에서 대법원판사 13명 중 유일하게 재판절차의 위법을 이유로 파기환송할 것을 주장했다. 또 “일반인은 묘지를 4평만 쓰라면서 육영수 여사 묘지는 왜 2천평이나 되느냐”는 내용의 설교가 문제 돼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영근 목사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판결했고, ‘송씨 일가 간첩사건’도 수사기관의 장기구금과 불법 수사를 이유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했다. ‘비상계엄 해제 뒤에도 1개월 이내에 한해 군법회의의 재판권을 연장할 수 있다’는 계엄법 조항이 합헌이라는 다수의견을 강하게 비판하는 소수의견도 썼다.
대법원장으로서도 5공화국 들어 2명으로 늘어난 검찰 출신 대법관 수를 1명으로 줄이는 등 재판에 대한 외부 압력 차단을 위해 노력했다. 소신을 굽히지 않는 성품으로 ‘통영 대꼬챙이’로 불렸다.
김 대법원장과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법조인으로 영향을 크게 받은 인물로 모두 이 전 대법원장을 꼽았다.
한편, 김소영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11월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관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나 인신공격은 법관의 독립을 해칠 우려가 있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김 처장은 이날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 주요 피의자들이 구속적부심으로 석방된 뒤 담당 판사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법관의 독립과 법관의 양심에 따른 재판은 사법부의 노력만으로는 지켜질 수 없고, 정치권과 국민들이 모두 뒷받침해줘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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