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는 12~13일 이틀에 걸쳐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법개혁에 대한 구상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는 다른 쟁점에 대한 조심스러운 태도와 달리, “사법개혁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자신이 대법원장이 되면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부터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법관후보추천위에서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지도록 추천 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며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헌법재판관도 가칭 ‘공직후보추천위’를 만들어 같은 방식으로 제청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추천된 후보를 대법관회의에서 심의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는 특히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이 충돌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제 의지를 관철하겠다”며 “대통령이 추천하거나 원하는 인사가 적절하지 않으면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 후보자는 상고제도 개선에 대해 “상고사건의 과부하를 시급하게 개선하지 않으면 심급제도 등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며 “상고법원 제도, 상고허가제, 고등법원 상고부 가운데 어떤 것이 좋을지 정해 국민과 의논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다만 제 생각으로는 상고허가제가 가장 이상적이고, 이 3가지 가운데 가장 하고 싶다”면서 “부작용으로 폐지됐던 제도인 만큼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대법원에서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대법관 증원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는 이어 “어느 대법원장도 인정하지 않던 전관예우를 현실적으로 인정해, 대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법관 인사제도에 대해선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간 판사 인사의 이원화 제도를 반드시 실행하겠다”며 “다만 시기와 방법 문제는 법관들과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법관일원화 아래선 원칙적으로 1심 법원은 단독판사가 맡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그 위에 항소법원과 상고법원을 둬야 한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그는 또 “재판 중심의 사법행정이 되도록 바로잡고 싶다”며 “비재판 법관의 보직을 줄인다는 차원에서 법원행정처 문제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법원행정처의 기능 축소와 함께 비법관 출신 또는 외부 개방직 인사는 물론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추천한 사람을 기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변호사협회의 법관 평가제도도 신뢰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제도로 보완되면 충분히 참고할 수 있다”며, 법원의 법관 평정 결과도 공개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