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선(37) 전 청와대 경호관의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제 구인장이 발부됐으나 당사자의 거부로 집행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증인 채택을 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김선일) 심리로 31일 열린 이 전 경호관 재판은 증인으로 소환된 박 전 대통령의 불출석으로 8분만에 종료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증인을 구인하려 했으나 건강상태를 이유로 집행을 강하게 거부했다”며 “검사가 한 시간 동안 설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직 대통령이고 해서 물리적 강제까지 동원해서 영장 집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검팀은 “이영선 피고인이 터무니없는 이유로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증인(박 전 대통령)이 가장 직접적으로 진술할 수 있는 당사자라고 판단된다”며 “다시 기일을 지정해 구인장을 발부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출석을 강제할 수 있는 영장을 발부했음에도 출석하지 않는 상황이라 증인 채택 결정을 취소한다”라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상 증인이 특별한 이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구인장을 발부할 수 있지만, 구인장 집행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제재할 수 있는 별도의 규정은 없다.
이 전 경호관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 조사 방식의 증거조사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불출석사유서를 내면서 서면조사에는 응할 생각이 있다고 한다. 특검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서를 보내고 답변에 대해 증거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어떤가”라고 물었지만 이 전 경호관 변호인이 “그런 방식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불발됐다. 법정에서 직접 진술되지 않은 증거의 경우 진술자가 직접 법정에 나와 확인해야 증거능력이 인정되는데, 박 전 대통령이 증인 출석을 거부하면 이런 절차를 거칠 수 없어 서면의 효력이 없게 된다.
특검팀은 이 전 행정관의 의료법 위반 방조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의 출석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이 전 경호관이 불법 의료행위가 있었는지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어 실제 불법 행위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특검팀 주장을 받아들여 박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재판 준비를 이유로 지난 17일과 29일 두 차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에 재판부는 지난 30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인장을 발부했다. 이 전 경호관은 주사 아줌마, 기치료 아줌마 등 비선진료진의 청와대 출입을 도운 혐의(의료법 위반 방조)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전 경호관에 대한 재판은 다음달 16일 10시에 열린다.
김민경 현소은 기자 salmat@hani.co.kr
이영선 재판 ‘증인 박근혜’, 강제구인에도 출석 거부
특검 “건강 이유로 집행 거부”
재판부 “출석담보 안돼 증인 채택 취소”
김민경기자
- 수정 2017-05-31 16:06
- 등록 2017-05-31 1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