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가 20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론 출석 여부를 22일 이전까지 밝혀줄 것을 박 대통령 대리인단에 요구했다. 또 출석 의사를 밝히더라도 재판부가 지정한 날짜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추가 변론 일정을 잡지 않겠다고 했다. 대통령 쪽의 탄핵심판 지연 의도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지로 풀이되는데, 이에 반발한 박 대통령 대리인과 방청객이 재판부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열린 탄핵심판 15차 변론에서 “대통령이 출석하면 준비할 게 여러 가지가 있다. 다음 기일(22일) 전까지는 출석하는지 안 하는지 확정해달라”고 박 대통령 대리인단에 요구했다. 국회 소추위원 쪽은 지난 8일 박 대통령 출석 여부를 답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대통령 대리인단은 열흘이 넘은 지금까지 “상의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상황이다. 이 권한대행은 “만약 (대통령이) 출석한다면 재판부가 정한 기일에 출석해야 하고, 변론 종결 후 출석한다며 (추가) 기일을 열어달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법에 따라 출석하면 재판부나 소추위원은 (대통령을 상대로) 신문할 수 있고, 질문에 적극 답변하는 게 피청구인(박 대통령)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18일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대통령 출석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최종변론 날짜를 오는 24일에서 다음달 2~3일로 연기를 요청하면서도 “대통령을 직접 신문할지 여부를 재판부가 밝혀달라”는 ‘조건’을 달자, 헌재가 이에 대한 분명한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다만 헌재는 최종변론 연기 여부는 22일 16차 변론에서 알리겠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날 박 대통령 쪽의 새 증인·증거신청도 모두 ‘정리’했다. 이 권한대행은 “오늘 출석하지 않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최상목 기획재정부 제1차관(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의 증인 채택을 취소한다. 이미 채택했다 취소한 증인을 다시 소환하는 건 부적절해 (박 대통령 쪽이 신청한) 고영태씨의 증인신청도 채택하지 않겠다”고 했다. 헌재 대심판정에서 하나하나 재생해 고씨의 ‘사리사욕’을 증명하겠다며 박 대통령 쪽이 증거신청한 이른바 ‘고영태 녹음파일’에 대해서도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녹음파일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과 직접 관계된 핵심 증거가 아니므로 증거로 채택하지 않는다”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재판부가 낮 12시께 15차 변론 종결을 선언하자 “준비해온 것이 있으니 오늘 변론을 하겠다”며 소란을 피우다 방호원들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대한변호사협회장이었던 김평우 변호사는 이 권한대행의 말을 가로막으며 “당뇨가 있어서 시간을 달라”, “어지럼증이 있어서 시간을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헌재 대심판정을 떠나는 재판관들을 향해 “그럴거면 왜 헌법재판관씩이나 하냐. 함부로 재판을 막 진행하느냐”며 막말을 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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