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심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 댓글을 축소 기소해 국가정보원법 위반 무죄가 선고된 전 국정원 직원 유아무개(42·좌익효수)씨의 항소심에서도 재판부가 원심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유씨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댓글이 수사 과정에서 수백개가 드러났음에도 원심과 마찬가지로 공소 사실에 추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재판장 김연하)는 12일 “원심과 마찬가지로 유씨의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인터넷 방송인 이경선씨 등에 대한 모욕죄만 유죄로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지난 4월 1심 재판부(서울지법 형사5단독 이창경 판사)는 유씨에 대해 “선거와 관련해 쓴 글은 총 10건에 불과해 특정 후보자의 낙선을 도모하려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는 무죄를 선고하고, 유씨가 이씨와 그의 딸에 대해 남긴 욕설 글은 모욕죄를 인정해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검찰(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은 유씨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인터넷에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를 노골적으로 비방한 내용의 글을 수백건 확인하고도 정작 재판부에는 10건의 댓글만 추려 기소한 것으로 확인돼 ‘봐주기 기소’ 논란이 일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선거와 관련해 남긴 글이 2011년 4월5~7일 사이 6건(경기 성남 분당 국회의원 보궐선거 관련), 2012년 12월11~12일 사이 4건(대통령 선거 관련)에 불과해 즉흥적이고 일회성으로 댓글을 게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국정원법 위반 혐의 무죄의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의 댓글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위치 및 맥락이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가 전혀 제출되지 않았다”며 검찰의 소극적인 공소제기를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항소심 결과는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10건의 댓글만으로 이씨의 선거 개입을 주장할 때부터 이미 예견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이 ‘불고분리의 원칙’(소송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은 사실에 판사가 개입하지 않는 것)을 노려 법원에 공소제기하는 범죄사실을 축소하고 국정원법 위반 무죄를 유도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유씨에 대한 항소심 공판기일은 6월24일 30여분간 한차례만 열렸고, 재판부는 곧바로 선고기일을 잡았다. 공판 때 검찰과 유씨 변호인 사이 치열한 법리 다툼은 벌어지지 않았다. 항소심 선고 뒤 이경선씨는 “검찰이 국정원 직원을 보호하려고 봐주기 기소를 했고, 사법부도 이를 애써 눈감아 민주주의를 함께 유린했다”며 반발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좌익효수’ 두번의 무죄, 검찰이 불렀다
좌익효수 유씨 항소심 선고 “선거개입 단정 어렵다”
댓글 700여건 존재 드러났는데도 공소 사실 추가 안해
1심서 국정원법 무죄 낳은 검찰의 ‘봐주기 기소’ 재현
허재현기자
- 수정 2016-08-12 14:44
- 등록 2016-08-12 1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