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서예 신동’ 손동준씨는 새해 1월1일 개관을 앞둔 중국 랴오닝성 판진시의 광샤 예술거리 예술촌에 입주한 유일한 외국인 작가다. 4만여평에 조성된 광샤 예술거리는 판진 부동산 재벌인 양신그룹이 1800억원을 투입해 세운 문화예술특구다. 중국 전역에서 선발 초대된 100명의 화가들에게 개인 작업실과 아파트를 지원한다.
손씨는 5년 전 중국으로 유학 왔다. 지난해 수도사범대학에서 ‘추사 김정희의 중국 활약상’을 연구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에서 처음으로 서예과를 개설한 대학으로 유명 서예가 어우양중스 원로 교수에게 배웠다. 동기들은 박사를 따자 대학의 교수가 됐다. 반면 외국인인 그에게는 자리가 쉽게 나오지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가자니 대학의 서예과는 없어지는 판이었다. 또 팔리지도, 알아주지도 않는 국내 전통 서단은 여전히 암울했다.
손씨가 베이징에서 공부한 뒤 중소도시 판진시로 오게 된 건 희망을 찾아서다. 사실 그는 이미 국내 서단에서 차세대 서예가로 손꼽혔다. 서예학원을 운영한 할아버지의 권유로 5살 때부터 붓을 잡아 ‘서예 신동’으로 통했다. 고교 때는 국내 학생서예대전에서 대상만 무려 15회를 받았을 정도였다. 우리나라 최초로 서예학과가 개설된 원광대에 1990년 만점으로 입학했다. 이미 1학년부터 별명이 ‘걸어 다니는 서예자전’이었을 정도다. 국내 최고 권위의 서예대회인 ‘전국휘호대회’를 휩쓴 스타 서예작가다.
대학 졸업 뒤에는 ‘돌 틈에 부는 바람’이란 제목으로 국내 첫 전각 개인전을 열고 2007년에는 ‘한중일 대표 서예가 3인전’까지 열었다. 한창 전성기였던 마흔살 그가 돌연 중국 유학길에 나선 이유는 ‘한국이 좁아서’였다. 결정적 계기는 ‘전통을 홀대하는 국내 문화계 현실’ 때문이었다. 전통을 좇는 예술가들이 설 자리가 더 이상 없다는 참담한 현실은 작가로서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였다.
중국은 서예가인 그를 환영했다. ‘중국정부 서법장학생 박사 1호’로 졸업까지 4년간 학비와 기숙사비 전액 면제와 매달 기본생활비까지 지급했다. 달랑 50만원만 들고 왔지만 기죽지 않았다. 글씨만큼은 중국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 덕분이었다.
그는 50여평 규모의 2층짜리 작업실 앞에 ‘서울화랑’이라고 현판을 달았다. 5년 만에 직접 판 글씨로 현판을 걸면서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고 했다. 이제 겨우 3개월째지만 그는 벌써 광샤예술촌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예술촌을 세운 양신그룹 추이즈량 회장은 랴오닝성을 대표하는 수많은 주요 인사들을 소개하며 직접 그를 챙기고 있다.
손씨는 “가족을 데리고 오고 싶다”며 울먹였다. 가족 얘기만 나오면 목울대가 꿀렁였다. 중국에서 이런 작업실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아버지 모습을 보이고 싶고, 자신을 뒷바라지해온 ‘직장맘’인 부인을 쉬게 하고 싶다고 했다. 그림이 제법 팔려 벌써 30점을 표구사에 맡겼다며 싱글벙글이었다. 그는 후배들에게 형이 되고 싶다고도 했다. 전통서예로는 먹고살 길이 막막한 한국의 현실이 답답하다고 했다. 서예와 추상을 결합해 ‘현대서화’를 작업하고 있는 그는 중국에서 ‘10억원대, 100억원대 서예가가 될 수 있다’는 꿈을 꾸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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