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정홍원 총리가 수색 현장이 보이는 전남 진도 낙조펜션 정자에서 군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약 9분간 ‘현장이 보이는 현장’ 방문을 한 후 자리를 떴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11일 오후 정홍원 총리가 수색 현장이 보이는 전남 진도 낙조펜션 정자에서 군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약 9분간 ‘현장이 보이는 현장’ 방문을 한 후 자리를 떴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정부가 자꾸 실종자 가족들한테서 답을 찾으려고 하면 안 되는 거에요. 우리 가족들이 (위험한 줄 알면서) 바다에 잠수부 들여보내라고 할 수 있겠어요? 정부 스스로 뭔가 뚜렷한 (수색) 계획을 갖고 움직여야 하는데, 그런 게 없는 것 같아 답답합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 26일째인 11일, 전남 진도에는 세찬 비바람이 몰아쳤다. 이날 오전 진도 실내체육관 바깥에서 만난 한 실종자 가족은 야속한 듯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를 태웠다. 세월호 선체 수색이 이틀째 중단된 상태였다. 날씨 탓이다.

 실종자 숫자는 10일 이후 여전히 ‘29’에서 줄어들 줄을 몰랐다. 진도 팽목항과 실내체육관에 남아 있는 실종자 가족이 마음만 졸이던 이날 오후, 언론사 기자들은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에서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곧 정홍원 국무총리가 진도 해안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세월호 유류품 수색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세방낙조 해변은 바다가 육지 쪽으로 움푹 들어온 ‘만곡부’라 파도에 밀려온 유류품이 남아 있을 수 있다고, 군 관계자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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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언론사 취재진이 오후 3시가 되기 전부터 세방낙조 앞 ‘낙조펜션’ 주차장에 모여들었다. 한 언론사 사진기자는 “사진 한 장 찍겠다고 오는 게 뻔한 데, 내가 이런 데까지 꼭 와야해?”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정 총리가 박준영 전남지사 등과 함께 오후 3시30분 세방낙조 앞 낙조펜션 주차장에 도착했다.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던 사진기자들은 비바람을 뚫고 정 총리 쪽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미니버스에서 내린 정 총리는 약 10m를 걸어간 뒤 수색 현장이 보이는 낙조펜션 정자에서 군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그동안 정 총리가 강풍을 동반한 비에 젖을세라, 수행원 등은 우산을 세 겹으로 받치는 ‘묘기’(사진)를 즉석에서 선보였다. 하지만 정 총리한테는 진도에 남아 있는 실종자 가족의 답답함을 풀어줄 만한 해답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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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총리가 세방낙조를 떠난 시각은 오후 3시39분께. 9분 동안의 ‘현장이 보이는 현장’ 방문이었다. 낙조펜션의 터줏대감 격인 5살짜리 진돗개 암컷 ‘진순이’(사진)는 이런 정 총리의 세방낙조 방문 현장을 지켜보며 알듯 모를듯한 표정을 지었다.

진도/글·사진 최성진 기자 cs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