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법인 ‘부당해고 119’ 대표 이관수(31) 노무사는 “영화표 50장을 쐈다.” 페이스북에 알려 선착순으로 응답한 ‘페친’ 50명은 12일 저녁 8시30분 서울 강남 씨지브이(CGV) 영화관에서 <또 하나의 약속>을 봤다. 이씨는 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보고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상을 위한 영화’라고 생각해 무료관람 50명 이벤트를 열었다고 한다. “좋은 영화인데 대형극장에서 제대로 보여주질 않아서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는 영화표를 찍어 보내오는 100명에겐 평생 무료 노무상담도 해주기로 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의 백혈병 사망 사건을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에 자발적 응원이 줄을 잇고 있다. 개봉 전부터 예매율에 견줘 적은 개봉관, 단체관람 대관 취소 등으로 외압 논란이 일자, 관객들이 영화표를 사서 주변에 나눠주거나 홍보에 나서고 있다. 상영관은 개봉 직전 100여개에서 개봉일인 6일 159개, 11일 182개까지 늘었다. 이 영화를 본 이들은 2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직장인 최빈(32)씨도 <또 하나의 약속> 함께 보기 운동 중이다. 최씨는 개봉관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예매율이라도 올리려는 생각에 남편과 표 10장을 사서 친구 부부들에게 나눠줬다. “영화 제작할 때부터 삼성에 대한 내용이라 개봉을 할 수 있을까 걱정했어요. 이제 개봉을 했으니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허원숙 호서대 음악학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함께 영화를 보자는 글을 올린 뒤 댓글로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힌 10명의 관람료를 댔다. 허 교수는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 한 분이 어떤 인터뷰에서 몸도 못 가눈 채 어눌한 목소리로 ‘내 팔자려니 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영화를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좌절하게 된 과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함께 영화를 본 10명의 마음이 또다른 50명, 100명으로 퍼져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영화표를 쏜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 전세버스 회사 이사는 8일 버스 한 대를 <또 하나의 약속> 홍보 버스로 만들었다. 그는 “직원들에게 영화표를 보내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홍보 버스를 만들어보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100만원 정도를 들여 홍보 버스로 만들었다. 좋은 영화인데 제대로 홍보가 안 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한 일인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다”고 말했다. 15일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이 버스를 타고 무대 인사에 나설 계획이다.
<또 하나의 약속> 제작위원회의 심샛별씨는 “영화표를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고 싶다는 문의가 하루 30여건이 넘게 오고 있다. 한 대학생은 부모님이 청각 장애를 앓고 계신데 많은 장애인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면서 돈을 보냈고, 미국이나 캐나다 동포들이 영화표 비용을 보내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를 보고 주인공이 회사에서 겪은 부당함을 자신의 일처럼 느끼는 분들이 많아 이렇게 응원 열기가 뜨거운 것으로 보인다. 개봉관 수가 적고 관객이 없는 밤 시간대에만 영화가 상영되는 등 여러 상황에 화가 나서 영화표를 보내주시는 분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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