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68년이 지났는데 대한민국 정부는 대체 어디 있는 겁니까?”
원자폭탄 피폭의 상흔이 2~3세로 대물림되고 있지만, 아직 아무도 그 눈물을 닦아주지 않고 있다.
‘한국 원폭 2세 환우회’ 한정순(54) 회장은 29일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지 70년이 가까워 오는데도 우리 정부는 한국인 피폭자와 후손들을 수수방관한다”며 피해자와 자녀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일본은 이미 1957년부터 원폭의료법 등 구제정책을 실시해 왔다. 반면 우리나라는 1965년 한-일협정 때 원폭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으로 일본에 끌려가 원폭 피해를 당한 조선인 1세대는 7만여명으로 추산된다. 그중 4만여명은 당시 사망했고 한반도 남쪽으로 간신히 돌아온 2만3000여명도 하나둘 세상을 떴다.
피폭의 끔찍함은 후유증이 당사자를 넘어 2~3세에도 이어진다는 점에서 정점을 이룬다. ‘원폭피해자·자녀를 위한 특별법 추진연대’는 “2~3세대의 피해는 건강을 비롯해 사회적 차별과 가난, 정신적 트라우마와 가정불화 등 다양한 형태로 대물림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에 등록된 직접 피해자는 2645명이며, 2세 피해자는 7500여명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1974년 당시 보건사회부의 3급 비밀 문서는 원폭 피해의 유전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 문서는 “한국인 피폭자들은 외상뿐 아니라 여러 병발증을 포함하고 있어 특수치료가 필요하다. 또한 이 병은 유전성이 있어 피폭자의 후손에 대한 건강관리도 크게 우려되고 있다”고 명시하면서 원폭 피해자와 후손을 위한 치료·요양시설 설립이 필요하다고 적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보건사회부의 태도는 현재 보건복지부에 와서는 되레 후퇴했다. 진영 복지부 장관은 지난 3월 인사청문회 때 “(원폭 피해 자녀 특별법에 대해)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자녀에 대한 인과관계가 규명이 되지 않았다”고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원폭 피해자와 2~3세 환우의 지원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한국인 희생자가 엄청나게 발생한 사건인데 실태조사도 없이 역사 속에 묻혀 있다. 1·2세대 모두 지원하는 내용이 꼭 특별법에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봉태 변호사는 “2011년 8월 헌법재판소는 원폭 피해자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한-일 청구권협정 3조에 따라 분쟁을 해결하지 않은 한국 정부의 ‘부작위’는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또 2012년 5월 대법원은 한-일 청구권협정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 개인의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19대 국회에서 특별법을 처리하지 않으면 헌법과 법률을 어기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원폭피해 대물림’ 68년…“피폭자·자녀 지원법을”
환우회, 특별법 제정 토론회서 촉구
등록된 피해자 2645명·2세 7500명
2·3세들 차별·가난 등 고통 겪어
손준현기자
- 수정 2013-05-29 19:54
- 등록 2013-05-29 1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