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룸살롱 황제’ 이경백(40)씨의 경찰 로비 의혹을 수사중인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경찰은 자체 감찰·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검찰이 이례적으로 나섰다며 반발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회종)에 이씨의 경찰 로비 의혹 사건을 배당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다수의 룸살롱을 운영하면서 세금 42억원을 내지 않고 미성년자를 고용해 유사 성행위를 하도록 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씨가 룸살롱 업계의 거물로 커가면서 친분을 맺었던 경찰관 30여명이 징계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이씨가 과거 자신과의 친분 관계가 확인돼 징계를 받았던 경사·경위 5명과 경감 1명에게 뇌물을 건넸다고 주장하면서 다시 경찰 로비 의혹이 불거졌다. 경찰은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성동구치소에 수감중인 이씨를 찾아갔으나 “(어느 경찰관에게 뇌물을 건넸는지) 경찰에는 얘기 안 하고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 이야기하겠다”는 진술을 받았다.
경찰은 자체 감찰 조사에 착수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감사담당관 관계자는 “14일 서울청 수사과 비리전담팀에 ‘이씨를 면회 갔는데 이씨에게서 3억원을 빌려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한 경찰관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씨가 뇌물로 건넨 돈을 회수하려고 내연녀인 장아무개씨를 통해 경찰들을 접촉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지만 확인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자체 감찰·수사 중인 ‘이경백 로비’ 의혹을 놓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우리 식구를 우리가 수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나서는 것은 마치 우리 조직을 못 믿어서 그런 것이라는 느낌을 국민들에게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감찰담당관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이씨의 말을 듣고 수사에 들어간 것인지, 소문을 듣고 수사에 나선 것인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우리가 자체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것을 검찰이 송치명령도 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중간에 끼어드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김태규 유선희 기자 dokbul@hani.co.kr
‘룸살롱 황제’ 이경백씨 로비 의혹 사건
경찰 자체수사중 검찰도 동시 착수
경찰 “송치 명령없이 이례적”
김태규기자
- 수정 2012-03-16 08:49
- 등록 2012-03-16 0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