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논객 조갑제씨가 “8·24 서울시 주민투표의 진정한 패자는 박근혜”라고 주장했다.
조씨는 24일 밤 자신의 누리집에 올린 ‘시민의 분노로 한나라당과 박근혜 기득권 체제를 부숴버려야’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번 투표가 “형식상으론 오세훈 서울시장의 패배로 끝났으나 진정한 패자는 한나라당과 박근혜 전 대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투표에서 보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모습으로 인해 보수 정치세력의 근본적인 재편이 있을 것이라고 점쳤다. “투표 참여자들은 학력, 교육, 재력 등 여러 면에서 서울의 중심세력이자 보수의 핵심이다. 이들이 한나라당과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하여 느끼는 배신감이 폭발하면 한나라당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것이고, 박 대표 독주의 대선 구도는 근본적으로 흔들릴 것이다.”
박 전 대표 당사자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투표에서) 박근혜 의원이 보여준 무기력하고 비겁한 침묵은 경악 그 자체”라며 “정치인이, 헌법질서가 유린되는 것을 보고도 어떻게 화가 나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또, “박근혜 의원이 2002년 한나라당을 탈당, 평양에 가서 김정일을 만나고 온 뒤부터 이념 문제에 대하여 그가 보인 태도엔 납득하기 어려운 점들이 많았다”고 적기도 했다.
조씨는 “오 시장은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박 의원이 마음 편하게 도울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며 “표 계산상으로도 오 시장을 도왔어야 했다.…박 대표가 오 시장이 이기도록 만들었다면 오 시장도 내년 대선 가도에서 박 후보를 지지, 그야말로 윈-윈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박근혜씨가 이 국가대사에 어떤 입장인지를 알 수 없었다는 점”이라며 “국민이 도움을 요구할 때 지도자가 침묵하면, 그가 도움을 요청할 때 국민들은 침묵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내년 대선과 관련해 조씨는 “대통령 선거는 남북대결 때문에 그 본질이 이념적”이라며 “이념은 감정이란 말이 있듯이 (주민투표 패배로 쌓인) 보수층의 분노는 보수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점쳤다. 그는 또 “(주민투표에 참여한) 215만이 결심하면 역사를 바꾼다. 예수의 열두 제자, 이순신의 상유십이(尙有十二)척이 그랬듯이”라며 보수의 결집을 촉구했다. 그 방법으로 “애국운동세력의 젊은층 교육과 조직, 종북세력의 정치적 사령탑인 민노당 해산 운동”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권오성 기자 트위터 @5ths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