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 지우려는 역사를 1000명이 한뜻으로 그것을 지켜냈다, 그 일은 역사의 한줄을 쓰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지난 22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트에 임수빈(성동글로벌경영고등학교 2)양의 글이 올라왔다. 재정난으로 문을 닫은 일본 유일의 강제징용 전시관 ‘단바망간기념관’을 살리기 위해 지난 1월 1000명을 목표로 후원회원 모집이 진행됐는데 이날까지 84명이 모자랐다. 임양의 호소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하루 만에 500여명의 회원이 늘어 모두 1435명의 후원회원이 모집됐다. 이 가운데 700여명이 10대, 20대의 학생들이었다.
단바망간기념관재건한국추진위원회(재건추진위원회)는 26일 “목표인 1000명을 넘는 후원회원을 모집해 매달 35만엔(470여만원)을 단바망간기념관 운영비로 지원할 수 있게 됐다”며 “오늘 일본 교토에 위치한 기념관에서 재개관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단바망간기념관은 일제강점기 일본 교토에서 북동쪽으로 50여㎞ 떨어진 단바지역 망간광산으로 끌려가 강제노역을 했던 징용자들의 노동현장을 보존한 전시관이다.
1995년 타계한 재일조선인 이정호씨가 모든 재산을 털어 가족과 함께 직접 갱도를 넓히고 자료를 모아 1989년에 개관했지만 외부 지원 없이 입장료만으로 운영되던 기념관은 2009년 연 500만엔(6700여만원)의 적자 때문에 문을 닫았다.
다행히 재건추진위원회가 결성돼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시민들의 모금으로 1억원을 모았지만 한 달 35만엔의 운영비용이 문제였다. 결국 재건추진위원회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지난해 12월 다음 아고라 모금을 진행하고, 올해 1월부터 거리캠페인과 인터넷을 통해 후원회원 모집을 이어왔다.
이날 오후 1시에 열린 재개관식에는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과 반재철 흥사단 이사장을 비롯해 단바망간기념관 재건을 위해 함께했던 한국 시민 20여명과 일본 시민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고 이정호씨도 생전의 사진으로 함께했고, 다음 아고라에서 모금된 372만2223원(6208명)과 후원회원 1435명이 3000~5000원씩 보탠 운영기금 35만엔이 전달됐다. 재개관식에 참석한 이은영 지구촌동포연대 간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우리의 역사를 끊기지 않고 이어나갈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힘을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기쁘다”고 전했다. 이승준 기자